[스타일/패션]옷-핸드백 등 럭셔리 브랜드 렌털 서비스

  • 입력 2006년 4월 21일 03시 03분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대여해 주는 에이스메이커 매장에서 20대 여성 고객이 옷을 들고 거울을 보고 있다. 변영욱 기자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대여해 주는 에이스메이커 매장에서 20대 여성 고객이 옷을 들고 거울을 보고 있다. 변영욱 기자
《회사원 박영미(27) 씨는 최근 외국인 바이어가 초대한 파티에 참석해 한껏 멋을 부렸다.

허리 부분에 꽃 리본이 달리고 어깨가 드러난 하얀 막스마라 원피스에 은은한 보랏빛의 마크 제이콥스 하이힐을 신었다. 핸드백은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미니 파우치 백으로 마무리 했다.

박 씨가 파티를 위해 준비한 원피스, 하이힐, 핸드백은 모두 합하면 400만 원이 넘는다. 그러나 실제 비용은 1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모두 렌털 업체에서 빌렸기 때문이다.》

박 씨는 “한 달에 2, 3차례 파티가 있는데 럭셔리 브랜드 제품의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근사한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이나 홍익대 인근을 중심으로 럭셔리 제품을 빌려 주는 렌털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벌에 수백만 원씩 하는 고가의 드레스를 몇만 원에 대여해준다. 드레스 파티복을 비롯해 핸드백 구두도 빌려 준다.

에이스메이커 매장 앞에 있는 광고. 빌릴 때마다 대여료를 내는 것 외에 일정액을 미리 내고 정기적으로 빌릴 수도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에이스메이커’는 2003년 국내에서 최초로 여성 럭셔리 의류 렌털 서비스를 시작한 곳. 1박 2일을 기준으로 원피스는 3만5000원, 상·하의는 2만 원에 빌릴 수 있다. 월정액(55만 원)을 내면 매일 옷을 바꿔 입을 수도 있다.

샤넬이나 아르마니를 비롯해 최근 미국에서 인기 높은 레베카 테일러나 비비안 웨스트우드 골드라벨 등 브랜드도 다양한 편. 800여 벌을 구비하고 있으며, 계절마다 정기적으로 신상품을 들여온다. 고객은 대부분 20대에서 30대 초반으로, 강성연 이유리 등 연예인을 비롯해 코디네이터 스타일리스트 회사원 대학생들이다.

에이스메이커의 특징은 고객이 의상을 빌려 입고 곧장 파티에 갈 수 있도록 토털 케어 서비스를 한다는 점이다. 매장에서 전문 메이크업 관리사가 직접 화장을 해 주고, 인근 헤어 숍과 계약을 맺어 저렴한 가격에 머리도 손질할 수 있다.

이명직(32) 사장은 “지난해 말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에 30∼40명의 고객이 찾고 있다”며 “예전에는 차분하고 우아한 의상이 인기였으나 최근에는 과감하면서도 화려한 파티 의상이 잘 나간다”고 말했다.

‘온파티닷컴’(www.onparty.com)은 파티 의상만 대여해주는 곳이다. 여성 파티복이 많지만 남성 옷도 취급한다. 회원은 600여 명.

송년 신년 모임이 많은 겨울에 이브닝드레스와 검은 색의 옷이 강세였으나 봄이 되면서 길이가 짧고 노출도 과감한 의상이 많이 나간다. 컬러도 핑크 화이트로 화사해지는 추세.

온파티닷컴의 안별(35) 사장이 꼽는 럭셔리 렌털의 장점은 비싼 제품을 사기 전에 충분히 입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안 사장은 “다양하게 입어 보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한두 가지 옷을 직접 구입하는 고객들이 여럿 있다”며 “쇼핑갔다가 한 번 걸쳐 보고 바로 사는 충동구매를 방지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피폭스’(www.pfox.co.kr)는 옷이 아니라 구두 핸드백 선글라스 목걸이 귀고리 등을 빌려 주는 곳이다. 인터넷 회원제로 운영되며 28만∼58만 원을 선납하면 회원 등급에 따라 빌릴 수 있는 품목이 달라진다.

핸드백이나 선글라스는 파티 의상처럼 일회용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쓰기 위해 빌리기 때문에 대여 기간이 보통 1주일 정도 된다. 렌털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싫어하는 고객들은 익명 보장을 당부하기도 한다.

옷과 달리 다른 사람의 손을 탔어도 쓸 수 있는 제품이어서 렌털 상품을 사겠다는 고객도 많다. 일정 기간이 지난 제품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데 미리 점찍어 두는 고객도 많다.

김성년(38) 기획이사는 “미국이나 일본은 수년 전부터 올브라이트나 더스킨 등 럭셔리 렌털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렌털 서비스는 모든 패션 아이템을 럭셔리로 구입하기 어려운 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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