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도 겨울에도, 저마다 때가 되면 피어난다. 꽃을 키우는 이들이 할 일은 꽃이 필 때까지 보살피면서 기다리는 것.
베스트셀러 ‘익숙한 것과의 결별’ 등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52) 소장의 자녀 교육도 이와 같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개화(開花) 교육법’이다.
그는 “변화와 혁신도 성공한 사람을 모델로 질주하라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며 자아 실현을 해가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에게 자녀 교육의 본질은 ‘기다림’이다. 언젠가는 꽃이 활짝 피리라는 믿음과 함께.
○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개입해야
두 딸 해린(24·이화여대 의대 본과 4년) 해언(19·서강대 경영학부 1년) 씨가 자라는 동안 그는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저 “원하는 게 뭐냐”고 묻고, “잘 모른다” 하면 “같이 한번 찾아보자”고 했다.
얼핏 방치하는 듯한 교육, 그러나 꽃에는 물을 줘야 한다. 너무 적게 줘도 많이 줘도 안 된다. 개입해야 할 순간에 적절하게 개입해야 하는 것이다. 잘못했을 때 혼도 냈지만, 서로 갈등이 생겼을 때는 편지를 통해 해소했다.
구 소장은 “말을 하면 감정 때문에 적절치 못한 표현을 하게 된다”며 “편지를 통해 부모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듣고 있던 해린 씨가 아빠의 편지로 가득 찬 상자를 가져왔다. 해린 씨가 중학교 때 학교에서 혼나고 오자 아빠는 ‘예쁜 해린에게-그러나 오늘은 미운 딸에게’라고 시작하는 편지도 썼고, 대학에 들어가 다이어트에 열중할 때 ‘살 빼는 데도 적절한 방법이 있으니 적게 먹기만 해서는 머리도 신통치 않아진다는 것을 잊지 마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해언 씨가 고등학교 다닐 때 성적 때문에 고민하자 경험에 따른 효과적인 공부법을 편지로 제안하기도 했다. 해린 씨는 “아빠의 편지를 읽으면 일방적으로 혼난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아빠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 하루를 경영하게 하라
구 소장은 강연을 통해 ‘마흔이 되기 전까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마냥 시도만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꽃이 잘 피려면 토양이 좋아야 하는 법. 그는 이를 위해 독서와 시간관리, 영어 공부를 강조한다.
그는 “이젠 좋아하는 것을 조합해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화경영전문가’도 결국 그가 좋아하는 경영에 대한 책 읽기와 글쓰기, 강연을 하다 보니 만들어 낸 신종 직업이다. 나만의 ‘틈새 시장’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 게 필수. 진로를 고민하던 작은 딸에게는 인문학 책을 많이 읽도록 했다.
딸들에게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법도 가르쳤다. 그는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두세 시간 글을 쓴다. 딸들도 일찍 깨워 고등학교 때는 아침에 30분씩 영어 공부를 함께했다.
“모든 사람이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없습니다. 하루 중 어떤 시간이든 매일 조금씩 빼서 자기를 위한 투자를 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하다 보면 ‘긍정적 중독’의 기쁨을 알게 됩니다.”
변화와 혁신은 하루를 경영하는 데서 시작된다. 욕심내지 말고 하루 속에 어제와 다른 한 가지 요소만 집어넣으려고 하다 보면 인생이 ‘다이내믹’ 해진다.
○ 아이가 필요로 할 때 같이 있어야
꽃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아름답게 피어난다. 자녀들은 더욱 그렇다. 구 소장은 이대목동병원까지 등교하는 큰딸을 매일 아침 태워 준다. 함께 있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는 해린 씨 친구들의 별명이나 연애담까지 알고 있다. 해언 씨도 “친구들과 아빠 얘기를 하다가 ‘너는 아빠랑 그런 얘기까지 하니?’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아빠는 인생 최고의 서포터”라고 말했다.
구 소장은 “아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을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그의 친구들은 “애들과 같이 있고 싶어도 이제 나를 끼워 주지 않는다”며 고민한다. 그는 뒤늦게 여행이나 외식 등 일부러 자리를 마련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필요로 할 때’ 있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직장생활을 했던 아내를 위한 배려이기도 했지만 그는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에는 약속을 잡지 않고 간식도 챙겨 뒀다. 그래서 딸들은 사춘기 때는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아버지를 멀리하지 않는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해린이에게(큰딸이 중학교 시절 거짓말을 했을 때 쓴 편지)▼
세상에는 한순간의 욕망과 그릇된 판단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 많다. 호화로운 재벌이었다가 전 재산을 잃은 사람도 있고 존경받는 지도자였다가 위선의 탈이 벗겨지면서 명예와 지위를 잃은 사람도 있다.
잘못의 시작은 언제나 자신을 정당화하는 데서 시작된다. 먼저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일 준비를 한다. 거짓말이 발각되면 스스로 무너져 당당함을 잃고 자기가 쉽게 속일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 앞에 무릎을 꿇고 구걸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는 이미 모든 것을 잃고 난 후다. 거짓말은 바로 그런 것이다. 거짓말의 중독에 걸리면 나중에는 죄의식조차 갖지 않게 된다. 지금 고치지 않으면 너는 결코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없다.
존경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스스로 엄격하게 대해라. 스스로 좋아하는 사람이 되도록 애써라. 한 달 동안 다음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일주일에 한 번, 한 페이지씩 정리해 아빠에게 제출하도록 해라.
1. 사람이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이유-이번 사건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아라
2. 거짓말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
3. 10년 후 내가 바라는 스스로의 모습
4. 10년 후 내가 바라는 모습의 인간이 되기 위해서 내가 당장 시작해야 할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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