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베르크 인쇄술의 역사적 역할과 비교할 때 한국 금속활자는 서적의 대중화와 지식의 확산을 통한 중세사회의 변혁을 이뤄내지 못했다.’
이런 비판은 온당한가? 저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구텐베르크 인쇄술이 유럽에서 중세의 극복을 가능하게 했다면 한국의 금속활자는 조선왕조의 안정적 정착과 유교문화의 형성에 기여했다.
모든 과학은 그것의 논리적 기반과 배경의 총체인 특정한 패러다임에 속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과학사를 전공한 이공계 출신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첨성대 등 전통 과학기술 18개가 당시의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탄생했고 쓰였는지를 보여 준다. 저자의 말마따나 독자에겐 ‘서양 과학과 다른 전통 과학의 패러다임이 무엇인지를 감상해 보겠다는 자세’가 필요한 책이다.
일부 과학기술에 대한 설명은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다. 예컨대 저자는 거북선이 알려진 것과 달리 기동성과 위력이 떨어지고 돌격선으로서의 효과가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거북선 예찬은 조선 수군이 임진왜란 이전에 이미 막강한 판옥선을 보유하고 있었는데도 이를 깎아 내린 일본이 일제강점기에 퍼뜨린 환상이라는 주장이다.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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