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스파이와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신분을 감추고 사랑을 나눈다. 흔한 대중소설 줄거리 같다. 그런데 문학적이다.
‘측천무후’로 국내에도 팬이 많은 중국계 프랑스인 작가 샨사(34). 그의 새 소설 ‘음모자들’은 스파이들 간의 사랑 얘기다. 혁명가였다가 중국 정부에 포섭돼 공산당의 스파이가 된 아야메이는 서구 열강국의 비밀 정보를 중국에 전송하는 임무를 맡고 파리에 살고 있다. 미국인 조나단은 컴퓨터 엔지니어로 행세하지만 실은 CIA 요원이다. 서로 실제 신분을 아는, 그러나 자신이 아는 것을 상대는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두 사람. 서로에게서 정보를 캐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스파이의 세계가 숨 가쁘게 전개되리라는 선입관은 금물. 소설에서는 스파이로 살아가는 상대의 마음을 제 것처럼 만지면서 느끼게 되는 복잡한 감정이 섬세하게 묘사된다. 서로에 대한 연민과 이해는 사랑을 끌어내고, 연인을 속인다는 고통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스파이라는 설정은 평범한 독자들에게 먼 듯싶지만 그들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누구나 헤아릴 만하다. 그래서 소설은 가깝게 와 닿는다. 이 절박한 상황은 어떻게 끝맺느냐고? 사랑이 이기지 않은 적이 있던가? 원제 ‘Les Conspirateurs’(2005).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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