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 가는 가을, 서울 성북동 길상사. 누군가가 문고리에 낙엽빗장을 걸어 놨다. 설마 문이 잠기겠는가마는, 만추(晩秋)의 여유를 느끼게 해 준 마음씨가 고마울 뿐이다.
현직 사진기자인 저자는 2년 전 취재 차 간 길상사에 처음 들어선 순간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껴 주지스님께 길상사 사진을 찍어 보고 싶다는 부탁을 드린다.
그 후 매일 아침 출근 전에 해 온 사진 찍기 공양은 사계절 내내 이어졌다.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줄기, 범종 밑에서 먹이를 먹는 다람쥐, 나비와 관음보살상, 대웅전과 벌개미취…. 마치 동양화의 한 폭을 보듯 극도로 단순화된 절의 풍경을 담은 300장의 사진과 짧은 글은 삶과 죽음, 무한한 것과 유한한 것에 대한 구도자의 명상일기처럼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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