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6>有治人, 無治法

  • 입력 2006년 4월 24일 03시 01분


코멘트
25일은 법의 날이다. ‘有治人(유치인), 無治法(무치법)’이라는 말이 있다. ‘有’는 ‘∼이 있다’라는 뜻이고, ‘無’는 ‘∼이 없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有故(유고)’는 ‘안 좋은 일이 있다’라는 말이고, ‘無故(무고)’는 ‘안 좋은 일이 없다’라는 말이 된다. ‘故’는 ‘사건, 안 좋은 일’이라는 뜻이다.

‘治’는 ‘다스리다’라는 뜻이고, ‘人’은 ‘사람’이라는 뜻이므로 ‘治人’은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말이 된다. 이는 곧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有治人’은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은 있다’라는 말이다.

‘法’은 篆書(전서)에서는 우리 안에 가두어 놓은 동물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뜻하는 글자였지만 오늘날과 같이 자형이 간단해지면서 ‘수(물·수)’와 ‘去(갈·거)’가 합쳐진 자형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法’이란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집행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憲(헌)’은 ‘높다, 깨우쳐 주다’라는 뜻이다. ‘憲法’은 ‘가장 높은 법’이라는 뜻이 된다. 따라서 憲法 이외의 다른 법은 憲法의 정신을 위배할 수 없다. ‘憲兵(헌병)’은 ‘잘못을 깨우쳐 주는 병사’라는 뜻이다. 고려시대의 정부기관인 司憲府(사헌부)는 ‘살펴보아 잘못을 깨우쳐 주는 부서’라는 뜻으로서 오늘날의 감찰기관에 해당한다. ‘司’는 ‘살피다’라는 뜻이고, ‘府’는 ‘부서, 기관’이라는 뜻이다.

‘治法’은 ‘다스리는 법’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無治法’은 ‘세상을 다스리는 법은 없다’라는 말이 된다. 이상의 내용을 합치면 ‘有治人, 無治法’은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은 있지만, 세상을 다스리는 법은 없다’라는 뜻이 된다. 이는 아무리 훌륭한 법이 있어도 법 자체가 세상을 다스리지는 못하며, 결국 법을 다루는 사람이 세상을 다스린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법률이나 제도보다는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주체, 즉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재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