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장애-비장애아 함께 ‘생태나들이’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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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비장애 아동 통합 생태 나들이’에 나선 아이들이 생태 전문교사와 함께 우리 꽃과 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무지개 방과후 교실
‘장애·비장애 아동 통합 생태 나들이’에 나선 아이들이 생태 전문교사와 함께 우리 꽃과 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무지개 방과후 교실
○ “아이들은 편견이 없어요”

토요일인 22일 물 맑은 계곡으로 유명한 경기 용인시 고기동에 위치한 한 교회의 뒷산. 봄 햇살 속에서 나물을 캐느라 아이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민지야 이리 와봐. 우리 같이 달래 캐고 들꽃을 따서 이따 화전 만들어 먹자.”

“화전이 뭐야, 언니?”

“꽃 같은 것 넣은 부침개야.”

“위험하지 않아?”

“조금. 칼이랑 불은 언니가 다룰게. 너는 옆에서 도와줘.”

정신지체와 비장애아의 경계에 있지만 붙임성이 좋아 새로 만난 언니를 스스럼없이 잘 따르는 민지(가명·10)와 친언니같이 민지를 챙기는 나정(12·분당초교 6년)의 대화다.

이날 용인시 동천동 지역 문화육아공동체 ‘무지개 방과 후 교실’ 주최로 열린 ‘장애·비장애 아동 통합 생태 나들이’에는 장애아 5명을 포함해 모두 26명이 참가했다. 아이들은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모두 생태 전문 교사를 따라 들꽃과 생태 관찰에 나섰다.

아이들은 두 시간 동안 민들레, 제비꽃, 애기똥풀 등 교과서나 인터넷으로만 보던 우리 꽃과 풀을 캐 보고 올챙이와 도롱뇽 알도 손으로 만져봤다.

아이들의 눈에서는 장애에 대한 편견이나 불편함은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장애아 동생들과 어울리는 것이 낯설지 않았다는 유리(12·분당초교 6년)는 “친구들 중에도 착한 아이와 착하지 않은 아이가 있듯 이 친구들도 그런 다른 모습의 하나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날 행사는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장애 친구와 손을 붙잡고 다니며 허물없이 지내는 딸의 모습을 보고 괜한 걱정을 했다고 말하는 정순재(40·경기 용인시 동천동) 씨는 “편견은 아이가 아니라 어른인 내가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며 “어렸을 때부터 이런 기회를 자주 갖게 되면 아이들이 편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교류해야 효과

특수교육 교사 자원봉사자로 나선 안기영(종암중 특수학급 교사) 씨는 “중학생 정도만 되면 장애 친구와의 만남을 의무로 생각하기 때문에 통합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장애아의 부모 중에는 아이가 받게 될 정신적인 상처 때문에 통합교육을 꺼려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며 “부모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지를 통합교육에 처음 참가시켜 보았다는 엄마 조모(40·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씨는 “장애아를 둔 부모라면 통합교육에 대해 얼마간의 망설임과 두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민지의 모습을 보니 그런 불안은 접어도 좋을 것 같다”고 안도했다.

아이들이 직접 캔 나물로 화전과 비빔밥을 만들어 먹고 새로 사귄 친구와 그네를 타면서 행사를 마칠 무렵이었다. 버들피리를 만들어 준다는 진행교사의 말이 떨어지자 교사 주위로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자, 이제 선생님이 물어보면 ‘네’라는 말 대신에 이 피리로 대답해 보자.”

“오늘 친구들이랑 재미있었니?”

“삐∼삡삐∼.”

“그럼 다음에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자.”

“삐∼삐삐∼.”

숲 속에 울려 퍼지는 버들피리 소리가 유난히 경쾌하고 가벼웠다. 무지개 방과 후 교실은 여성가족부로부터 지원받아 연말까지 ‘장애아와 함께하는 마을가족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는 이희란 씨는 “특수학교 아이들만 놓고 술래잡기를 가르치면 1년이 걸리지만 통합캠프에서 가르치면 2박 3일이면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비장애 아동 통합 생태 나들이는 매월 넷째 토요일에 열리며 △장애아 통합지원 도우미 교육 △부모 되기-에니어그램을 통한 자기 발견 △장애·비장애 통합 여름 청소년 캠프 등도 진행된다. 참가비 1만 원. 031-276-2628, cafe.daum.net/mvillage

박완정 사외기자 tyra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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