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니아를 위한 2편
스와 노부히로 감독의 ‘퍼펙트 커플’(시네마스케이프 섹션·프랑스 일본)을 추천한다. 완벽한 커플로 여겨지는 한 프랑스 중산층 부부의 이야기. 속으로는 곪아 터져 이혼 직전에 있는 부부의 모습이 드러난다. 뚝뚝 끊기는 컷과 갑작스레 끼어드는 빨간 화면 등을 통해 부부간의 불화를 반영하는 이 영화의 전개방식은 약간 불편할 수도 있지만 결국 우리의 사는 모습 아닐까.
‘스파이더’ ‘폭력의 역사’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초기 저예산 영화 ‘브루드’(전주 불면의 밤 섹션·미국)는 크로넨버그의 패기와 컬트적인 감수성이 확 와 닿는 작품. 기형 얼굴을 가진 복제 인간들이 등장해 기괴하고 잔혹한 이미지를 전시한다.
○ 영화에 관심 있는 일반관객을 위한 2편
진지한 걸 좋아한다면 제3세계 노동자들에 대한 사실적이고 충격적인 다큐멘터리 ‘노동자의 죽음’(시네마스케이프 섹션·오스트리아)은 어떨까. 특히 매일 350마리의 가축이 죽어 가는 나이지리아 도살장의 피 냄새 진동하는 현장은 죽음의 두려움까지 느끼게 만든다. 연인 관객용은 아니다.
영화과 학생들의 좌충우돌 영화 만들기를 그린 야나기마치 미쓰오 감독의 ‘카뮈 따윈 몰라’(시네마스케이프 섹션·일본)도 괜찮다. 영화 속에서 언급되는 수많은 영화 중 나 자신이 얼마나 보았는지 체크해 보는 것도 재밌을 듯.
○ 딱 평균 수준의 관객을 위한 2편
‘비르와 자라’(영화궁전 섹션·인도)는 3시간에 달하는 상영시간이 후딱 지나갈 정도로 신나고 흥미진진하다. 인도의 3대 감독 중 한 명인 72세 노장 감독 야시 초프라가 연출한 러브 스토리.
‘리브 앤 비컴’(영화궁전 섹션·프랑스 이스라엘)은 약간 진지하면서도 대중적이다. 한 흑인 소년이 살아남기 위해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유대인으로 살아간다는 내용. 종교와 인종문제가 은근히 부각된다.
○ 가족 관객을 위한 2편
미국 할리우드 공포영화 ‘스크림’ 시리즈에 출연했던 리브 슈라이버의 감독 데뷔작인 ‘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영화궁전 섹션·미국)는 의미가 있으면서도 편안하게 즐길 만하다. 나치로부터 할아버지를 구해준 인물을 찾아 우크라이나로 떠나는 한 유대계 미국인의 모습을 담았다. 유대인 학살이란 무거운 주제지만, 흥겨운 음악과 재치 만점의 유머, 좌충우돌하는 주변 캐릭터들이 일품.
단짝 친구인 아이 둘의 시각에서 쿠바의 가족문제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쿠바 영화 ‘비바 쿠바’(영화궁전 섹션)는 부분적으로 사용되는 애니메이션과 빠른 편집으로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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