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군에서 건달로… 변신은 아름답다?
세상을 다 짊어진 것 같던 그를 가볍게 만든 건 검은색 양복을 빼입고,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무식한 말을 내뱉으며 항상 눈을 치켜뜨는 단순 무식한 깡패 ‘오달건’이다.
SBS 수목 드라마 ‘불량가족’(극본 이희명·연출 유인식). 교통사고로 가족과 기억을 잃은 초등학생 나림이를 위해 가족 대행 서비스업을 하는 가짜 가족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 그는 빚을 갚기 위해 가짜 삼촌이 된 조직폭력배 오달건을 맡았다.
“초장에 확 까버리는 거야. ‘어이∼ 흙냄새 맡고 싶냐? 확 묻어줄까?’ ”
달건이가 자주 쓰는 이 말은 요즘 유행어다. 인터넷에서는 뒷덜미를 잡히는 달건, 배 멀미로 쓰러진 달건, 꽉 끼는 트레이닝복을 입어 스타일 구긴 달건 등 오달건을 패러디한 ‘김명민 굴욕 종합 세트’가 인기일 정도. 이순신의 근엄한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따라해 보세요. 흙 자에 ‘크윽’ 콧소리를 세게 넣어야 하는 겁니다. 작가 선생님이 처음 써주신 건데 한두 번 하다보니 재미있고 나중에는 애드리브가 절로 나오더라고요.(웃음) 연구 많이 했죠. 이순신 연기를 모니터링하며 ‘저때는 저런 톤으로 연기했으니 이번에는 이렇게 변화를 줘야지’ 하는 식으로요.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자꾸 이순신과 비슷해지면 일부러 더 익살스럽게, 간사하게 웃어요.”
○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이고 싶다
현재까지의 시청자 반응은 ‘대성공’. 팬들은 근엄하고 신중한 이순신이 김명민인지 과격, 무식한 달건이가 김명민인지 그의 본질을 헷갈려한다.
“또 이미지 변신 이야기인가요? 진부하죠. 배우가 이 옷, 저 옷 갈아입으며 여러 사람의 인생을 사는 건 당연한 거예요. 변신이 아니라 인물을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시청자를 속이는 것뿐이에요.
‘나는 오달건도, 이순신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가벼움이 일상에까지 찾아왔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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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걱정, 백성 걱정, 거의 모든 것을 떠맡은 이순신을 연기할 때는 세 살배기인 제 아이를 제대로 못 봤어요. 보면 좋아서 웃음이 나고 그러면 몰입도가 떨어져 불안하고…. 달건이는 몰입했다 바로 나로 돌아올 수 있는 즐거운 인물이라 아이랑 놀아주는 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얼굴에 번지는 환한 미소에 이순신은 이미 없다. 너무 코믹 이미지로 가는 건 아닐까?
“사람들은 눈으로 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제가 무거운 배역을 맡으면 사람들은 반대로 ‘너무 무거운 거 아니냐’고 비판하겠죠? 이순신 역 처음 맡았을 때도 저보고 사극에 안 어울린다고 했어요. 저는 단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이고 싶습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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