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네로 황제는 실제로 언덕 위에서 불타는 로마를 내려다보며 ‘불타는 트로이’를 노래했던 미치광이였을까? 그리고 화재의 책임을 기독교 신자들에게 덮어씌우고, 베드로를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아 처형하고, 바울도 네로 황제 때문에 순교했을까?
역사란 승리자의 기록인 법. 선과 악,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이야기에서 허점을 발견하기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건축가인 저자는 네로가 세웠던 황금 궁전 ‘도무스 아우레아’의 건축물과 수많은 예술작품을 연구하면서 네로의 폭군 이미지에 가려 있는 문화통치자로서의 면모를 살펴본다.
그리스 문화에 열광했던 네로는 5년마다 ‘네로니아’라는 제전을 열어 스포츠와 문화를 융성하게 했던 황제였다. 그러나 황실의 자손이 아니면서도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양자로 들어갔던 네로는 황제가 된 뒤에도 치열한 권력투쟁을 겪으면서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다음 원로원에 의해 그에 대한 공식기록이 모두 지워지는 ‘기록말살형’을 받았고, 그의 정적과 기독교도들에 의해 네로는 ‘악의 화신’으로 자리 매김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역사적 건축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저자의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독특한 소설적 글쓰기는 로마 시내 한복판에서 2000년 전으로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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