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고려-조선 명문장 한눈에…‘우리 겨레의 미학사상’

  • 입력 2006년 4월 29일 03시 05분


◇ 우리 겨레의 미학사상/최행귀 등 지음/478쪽·2만2000원·보리

“글 잘 짓는 사람은 전법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글자는 말하자면 군사요, 사상-감정은 장수요, 제목은 적국이요, 옛일이나 옛이야기는 전장의 보루다.”

연암 박지원은 글짓기를 병법에 비유하는 것을 즐겼다.

연암의 문학론은 흔히 법고창신(法古創新)으로 요약되는데 법고가 병서에 적힌 진법이라면 창신은 전장에서 장수가 발휘하는 임기응변이다.

그만큼 목숨을 걸고 독창성을 추구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옛사람 시문의 뜻을 그대로 따서 자기말로 삼는 것을 환골이라 하고, 옛사람 시문의 뜻을 본뜨고 분칠해서 자기 것으로 삼은 것을 탈태라고 하였다. … 이것은 결국 남의 것을 교묘하게 표절한 데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고려 문인 이인로의 글이다. 요즘처럼 패러디와 파스티슈가 버젓한 창작품으로 대접받는 시대 머리카락을 쭈뼛 서게 하는 표현이다.

이 책은 이처럼 고려와 조선시대 명문장으로 소문난 문인들의 미학관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글들을 모았다. 북한 문예출판사의 ‘조선고전문학선집’을 들여온 것인데 우리말 표현이 정겹고도 부드럽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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