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사 복원 학술대회… 학자들 찬반논쟁

  • 입력 2006년 4월 29일 03시 05분


삼국유사 등 문헌기록과 금산사 미륵전 등 건축양식이 유사한 건물을 토대로 만든 황룡사 복원도. 사진 제공 문화관광부
삼국유사 등 문헌기록과 금산사 미륵전 등 건축양식이 유사한 건물을 토대로 만든 황룡사 복원도. 사진 제공 문화관광부
“황룡사 복원을 위한 기본 자료가 너무 부족해 잘못된 형태로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

“신라의 화려한 문화를 대표하는 황룡사를 복원해 체험교육과 관광의 현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황룡사 복원을 위한 국제학술대회가 28, 29일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에서 한국 중국 일본 영국 이탈리아 등 국내외 학자 3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황룡사 복원은 문화관광부가 약 2500억 원을 투입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유적 복원사업이다.

복원에 대해 비판적인 학자들이 제기하는 문제 중 하나는 황룡사의 구조나 외관, 실내장식을 확인할 자료가 태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남아 있는 것은 1970년대 발굴 때 발견된 유물과 주춧돌, 신라와 고려시대 문건에 등장하는 황룡사 관련 묘사 정도다.

김봉건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황룡사 목탑이 층마다 어느 비율로 체감(遞減)되는지, 탑의 맨 끝인 상륜부가 어떤 모양이었는지, 창살 무늬는 어떤 것이었는지 등에 대해 학술적으로 동의할 성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 니컬러스 프라이스 사무총장은 “유네스코 등은 복원을 뒷받침할 완벽한 증거가 있을 때 문화재 복원이 시행돼야 한다고 권고한다”며 “대부분의 복원이 뒷날 역사적으로 부정확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고 잘못 복원된 건물을 허물기 어려운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찬성하는 쪽은 일본 나라(奈良)의 헤이조쿄(平城京) 유적, 중국 양저우(揚州)의 다밍쓰(大明寺), 그리스 아테네의 니케신전의 사례처럼 최대한 고증을 거쳐 복원해 후세 교육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반박했다.

배병선 문화재연구소 황룡사복원단장은 “복원으로 유적지가 파괴된다고 주장하지만 유적지에 30cm 이상 흙을 깔고 그 위에 복원 건물을 세우는 기법처럼 유적 보호와 복원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이 발전하고 있다”며 “현재 남아 있는 7, 8세기 중국 일본의 절과 목탑 양식을 최대한 참고해 원래 황룡사와 가장 유사한 모습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룡사:

553년(진흥왕 14년) 착공해 645년(선덕여왕 14년) 완공된 대규모의 사찰. 특히 80m 높이의 9층 목탑과 장육존상은 각각 신라 3대 보물로 꼽혔다. 1238년(고려 고종 25년) 몽고군의 방화로 전소됐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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