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난 때문에 어렵게 살던 시절이 있었다. 오누이 마티아스와 안나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우유를 짜고 외양간 청소를 해야 한다. 이웃 마을 농부가 어머니를 잃은 이들 남매를 일 시키겠다며 데려갔기 때문이다. 고향 순난앵 마을에서의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티아스와 안나. 아이들은 언제까지 고통에 시달려야 할까.
매일 힘든 일을 하는 마티아스와 안나에게는 학교 갈 때가 유일한 휴식 시간이다. 추운 겨울날 손을 비벼 가며 학교 가는 길에 빨간 새를 발견한 두 아이. 홀린 듯 빨간 새를 따라간 아이들이 다다른 곳은 아름다운 고향 마을 순난앵이다. 추운 겨울인데 순난앵은 봄꽃으로 가득한 초원이다.
환상의 공간 순난앵을 떠나지 않기로 하는 아이들의 마지막 모습은 죽음을 상징한다. 저자는 이렇게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려준다. 춥고 매서운 겨울 풍경과 따뜻하고 풍요로운 순난앵의 봄 정취를 대비시킨 그림도 이야기만큼이나 고우면서 쓸쓸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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