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진화’…만화에 음악-소설-수필 담아

  • 입력 2006년 4월 29일 03시 05분


만화 + 음악 이른바 ‘카툰 사운드트랙’으로 분류되는 책 ‘크래커’의 만화와 사운드트랙을 설명하는 그림. 만화를 보면서 만화 내용에 영감을 얻은 밴드들의 자작곡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애니북스
만화 + 음악 이른바 ‘카툰 사운드트랙’으로 분류되는 책 ‘크래커’의 만화와 사운드트랙을 설명하는 그림. 만화를 보면서 만화 내용에 영감을 얻은 밴드들의 자작곡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애니북스
요즘 만화는 ‘짬짜면’(짬뽕과 자장면을 합해 1인분으로 제공하는 메뉴)을 모델로 하고 있는 듯하다. 이질적인 맛을 동시에 경험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문화적 욕구에 맞춰 만화도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이종(異種) 장르와 융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 진화의 기본 방향은 퓨전

‘2005 만화산업통계연감’(부천만화정보센터 집계)에 따르면 만화 단행본은 2001년 6978종에서 2005년 4558종으로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쇠퇴’를 말하기는 이르다. 소설, 음악, 에세이, 광고 등과 혼합되면서 다양한 퓨전 만화가 성행하기 때문.

최근 발간된 ‘내 스무 살 이야기’. ‘인형 옷 마을로 오세요’는 일명 노블 코믹(Novel comic·소설만화)으로 불린다. 소설과 만화가 절묘하게 결합된 이 장르는 문자의 ‘읽는’ 맛과 만화의 ‘보는’ 맛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

만화 + 소설 소설과 만화를 합친 ‘노블 코믹’인 ‘내 스무살 이야기’는 만화의 비주얼적 장점과 편안하게 읽히는 소설의 장점을 혼합했다. 사진 제공 애니북스
소녀의 성장과 아픔을 그린 ‘내 스무 살 이야기’(작가 한선옥·기선)는 각 에피소드가 ‘소설→만화→소설’로 교차해 전개된다. ‘인형 옷 마을로 오세요’(작가 D)는 더 파격적인 형식이다. 평화로운 인형 옷 마을에서 태어난 소년이 바깥 세상에 나가 겪는 모험담을 만화처럼 나뉜 컷 속에 때론 그림, 때론 소설로 섞어 풀어낸다. 회사원 윤현구(29) 씨는 “소설의 딱딱함, 만화의 가벼움이 동시에 극복되는 것 같아 흥미롭다”고 말했다.

‘카툰 사운드트랙(Cartoon OST)’ 혹은 ‘사운드 카툰’을 표방하는 책 ‘크래커’도 등장했다. 젊은 남녀의 동거 이야기를 그린 이 만화는 책과 음반이 합쳐진 형태. ‘미스티 블루’, ‘허밍 어반 스테레오’ 등의 밴드가 만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노래를 CD에 담아 만화책에 곁들였다.

수필과 만화가 합쳐진 ‘에세이 툰(essay toon)’은 이미 서점가를 점령한 지 오래. 베스트셀러 에세이 툰 ‘파페포포 메모리즈’의 작가 심승현의 신작 ‘프라미스’ 등 30여 종의 에세이 툰이 판매되고 있다.

○ 새 커뮤니케이션 형식으로 부상

만화 + 수필 수필과 만화를 합친 ‘에세이 툰’인 ‘월급도 리필이 되나요’는 만화의 비주얼적 장점과 편안하게 읽히는 수필의 장점을 혼합했다. 사진 제공 위즈덤하우스
왜 퓨전 만화가 늘어날까?

출판업계는 정통 만화의 침체를 지적한다. 애니북스 천강원 팀장은 “대여점의 감소와 인터넷 불법 복제 등으로 기존 만화 시장이 붕괴해 긴 스토리 위주의 정통 만화 창작이 줄어들었다”면서 “또 한 회, 한 회 에피소드 위주의 반짝 아이디어에 의존하는 인터넷 만화 형식은 금방 식상하기 때문에 만화 자체만으로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천 팀장은 “다른 문화 장르와 만화를 섞는 창의력으로 이를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화의 ‘미디어로서의 우월성’을 퓨전 붐의 원인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다. 만화는 작은 공간에 정보를 집약하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정보 전달이 입체적이며 이해하기 쉽다는 것. 일례로 성남문화재단은 현재 공연 중인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스토리를 글로 된 서술이 아닌 만화로 제작했다.

만화평론가 이명석 씨는 “그림말(이모티콘), 채팅 등 온라인 글쓰기의 상당 부분은 만화의 ‘말 풍선’, 의성어, 의태어 등에서 파생된 것”이라며 “명료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려는 미디어 환경의 요구 때문에 만화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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