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화의 기본 방향은 퓨전
‘2005 만화산업통계연감’(부천만화정보센터 집계)에 따르면 만화 단행본은 2001년 6978종에서 2005년 4558종으로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쇠퇴’를 말하기는 이르다. 소설, 음악, 에세이, 광고 등과 혼합되면서 다양한 퓨전 만화가 성행하기 때문.
최근 발간된 ‘내 스무 살 이야기’. ‘인형 옷 마을로 오세요’는 일명 노블 코믹(Novel comic·소설만화)으로 불린다. 소설과 만화가 절묘하게 결합된 이 장르는 문자의 ‘읽는’ 맛과 만화의 ‘보는’ 맛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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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툰 사운드트랙(Cartoon OST)’ 혹은 ‘사운드 카툰’을 표방하는 책 ‘크래커’도 등장했다. 젊은 남녀의 동거 이야기를 그린 이 만화는 책과 음반이 합쳐진 형태. ‘미스티 블루’, ‘허밍 어반 스테레오’ 등의 밴드가 만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노래를 CD에 담아 만화책에 곁들였다.
수필과 만화가 합쳐진 ‘에세이 툰(essay toon)’은 이미 서점가를 점령한 지 오래. 베스트셀러 에세이 툰 ‘파페포포 메모리즈’의 작가 심승현의 신작 ‘프라미스’ 등 30여 종의 에세이 툰이 판매되고 있다.
○ 새 커뮤니케이션 형식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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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계는 정통 만화의 침체를 지적한다. 애니북스 천강원 팀장은 “대여점의 감소와 인터넷 불법 복제 등으로 기존 만화 시장이 붕괴해 긴 스토리 위주의 정통 만화 창작이 줄어들었다”면서 “또 한 회, 한 회 에피소드 위주의 반짝 아이디어에 의존하는 인터넷 만화 형식은 금방 식상하기 때문에 만화 자체만으로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천 팀장은 “다른 문화 장르와 만화를 섞는 창의력으로 이를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화의 ‘미디어로서의 우월성’을 퓨전 붐의 원인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다. 만화는 작은 공간에 정보를 집약하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정보 전달이 입체적이며 이해하기 쉽다는 것. 일례로 성남문화재단은 현재 공연 중인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스토리를 글로 된 서술이 아닌 만화로 제작했다.
만화평론가 이명석 씨는 “그림말(이모티콘), 채팅 등 온라인 글쓰기의 상당 부분은 만화의 ‘말 풍선’, 의성어, 의태어 등에서 파생된 것”이라며 “명료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려는 미디어 환경의 요구 때문에 만화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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