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곤 회장 “책상머리에 사전 한권, 한글사랑의 시작”

  • 입력 2006년 5월 4일 03시 05분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 해도 사전은 역시 책상머리에 두고 이리저리 찾아봐야 제 맛이지요. ‘우리말 큰사전’이 너무 크고 무겁게 느껴지시는 분들에게 ‘우리말 사전’을 권합니다.”

김계곤(金桂坤·80·사진) 한글학회 회장은 이렇게 ‘우리말 사전’(글나래) 출간의 의미를 밝혔다. 15만여 개의 어휘를 수록한 이 사전은 한글학회가 58년 만에 펴낸 중사전이다.

한글학회는 1957년 한글사전의 뼈대를 구축한 ‘조선말 큰사전’(전 6권)을 완간한 뒤 1년 후 중사전을 펴냈고 2년 뒤 다시 소사전을 펴냈다. 큰사전이 우리말 어휘와 문법 체계의 거대한 저수지라면 중사전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동네 우물, 소사전은 휴대가 간편한 물통이라 할 수 있다.

“사전을 한 번 내려면 맞춤법 통일안을 마련하고, 토박이말 중에서 표준말을 선정하고, 들온말(외래어)의 표기법을 결정하는 방대한 작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번 사전은 한글학회에서 ‘조선말 큰사전’ 발간 이후 35년 만에 제작한 큰사전인 1992년의 ‘우리말 큰사전’(전 4권)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우리말 사전’은 대중화를 위해 한글학회에서 양보한 부분이 많은 사전이다. 무엇보다 한글학회가 품사 용어로 고집해 온 이름씨, 그림씨, 움직씨 대신에 명사, 형용사, 동사 등 대중에게 익숙한 한자말 품사 용어를 수용했다.

주시경-최현배-허웅 선생으로 이어지는 한글학회의 적통을 계승한 김 회장은 2008년 한글학회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기념관 건립과 학회 100년사 편집, 국제학술회의 준비로 분주하다고 했다. 국내 학회 중 100주년을 맞는 단체는 한글학회가 처음이다.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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