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환상의 맛 탐험… 싱가포르 ‘세계미식가대회’

  • 입력 2006년 5월 4일 03시 05분


센토사 섬의 ‘포트 실로소’ 마당에서 열린 마스터셰프 사파리에 참가한 미식가들이 요리를 와인과 즐기고 있다. 싱가포르=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센토사 섬의 ‘포트 실로소’ 마당에서 열린 마스터셰프 사파리에 참가한 미식가들이 요리를 와인과 즐기고 있다. 싱가포르=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적도 근방 열대 기후의 싱가포르. 인도 말레이반도 중국의 아시아인과 19세기에 온 서양인들이 서울만 한 섬에서 두루 어울려 사는 상하(常夏)의 도시국가. 스스로 ‘동서양 문화의 접점’이자 ‘뉴 아시아’라고 부르며 지구촌 관광 수도의 꿈을 키우는 나라다. 그 전략 중 하나가 음식.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식도락 허브를 꿈꾸며 해마다 ‘세계미식가대회’(World Gourmet Summit·4월)와 ‘싱가포르 푸드 페스티벌’(7월)을 열고 있다.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세계미식가대회를 다녀왔다.》

세계미식가대회는 크로스오버나 퓨전이 트렌드를 이뤘던 1990년대 후반인 1997년에 시작됐다. 이 대회는 싱가포르가 1996년 발표한 ‘투어리즘 2000’의 일환이었다. 세계미식가대회가 식도락가를 위한 행사인 데 비해 싱가포르 푸드 페스티벌은 저렴하고 대중적인 음식 축제다.

음식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새로운 게 아니다. 생모리츠 음식축제(스위스) 등 선발 주자도 많다. 그런데도 싱가포르는 자신감이 넘친다. 퓨전이라는 트렌드와 웰빙이라는 화두 덕분이다. 퓨전은 싱가포르의 트레이드마크다. 아시아인과 서양인이 함께 살며 음식과 문화, 사고 방식을 한데 섞어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뉴 아시아’다.

올해 대회는 싱가포르의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세계적인 셰프(요리사)의 음식을 유명 와인메이커가 선정한 와인과 곁들여 맛보는 행사를 비롯해 와인 테이스팅과 요리강습 등이 함께 펼쳐졌다.

참가 셰프들은 해외에서 초빙한 10여 명을 포함해 36명. 초빙 셰프 중에는 미슐랭 스타(프랑스판 레스토랑 가이드의 요리사 등급)도 6명이나 됐다(★★★ 2명, ★ 4명) 이 행사의 간판 격 이벤트는 ‘마스터셰프 사파리’. 장소를 옮겨 다니며 코스 음식을 맛보는 행사로 센토사 섬의 야외 네 곳을 돌며 19일 펼쳐졌다.

오후 6시 반. 리셉션장인 센토사 섬 언덕 위의 ‘스카이 바’. 석양과 노을을 배경으로 샴페인과 스카치위스키가 나왔다. 이 디너의 참가비용은 268싱가포르달러(약 16만 원).

한 시간 뒤 첫 코스인 앙트레(전식) 테이블로 이동했다. 체어리프트로 언덕을 내려간 뒤 버기(골프카트)로 해변을 달렸다. 식탁은 섬 최남단의 인공 섬에 차려졌다. 그 인공 섬을 잇는 출렁다리 입구에는 ‘아시아 대륙 최남단’이라고 씌어 있다.

야외식당으로 이용된 곳은 3층짜리 나무 전망대. 해변에서는 셰프 2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요리를 했다. 촛불밝힌 테이블로 조개관자 살과 오리고기 콩소메(맑은 수프)가 서브됐다. 와인도 곁들여졌고 식후에는 두 요리사의 설명도 이어졌다.

메인 코스는 이곳에서 4km쯤 떨어진 포트 실로소에 마련됐다. 19세기식 대포가 설치된 영국군의 옛 요새인데 이날은 야외식당으로 변했다. 이 유적이 식사 공간으로 제공된 것은 처음이다. 음식이 싱가포르의 관광전략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디저트는 이곳에서 2km 떨어진 골프장 클럽하우스의 정원에서 먹었다. 클럽하우스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 리도’의 셰프 두 명이 치즈를 수프처럼 만든 디저트를 와인과 함께 내놓았다. 행사가 끝난 시각은 오후 11시 반. 행사를 참가했던 사람들은 모두 “판타스틱”(환상적)을 연발했다.



○ 여행정보

▽항공로=6시간 소요 △싱가포르 관광청 한국사무소: www.visitsingapore.or.kr △에어텔 패키지: 싱가포르항공은 5월 한 달간 ‘호텔(2박·조식 포함)+항공권+공항셔틀버스’로 구성된 ‘SIA Holidays Singapore’(www.siaholidays.co.kr)를 39만9000원에 판매. 02-755-1226

▽세계미식가대회(www.worldgourmetsummit.com)=셰프와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 참가 신청은 연말에 받는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회원은 10∼15% 할인. ▽싱가포르 푸드 페스티벌(www.singaporefoodfestival.com)=7월 한 달간.

싱가포르=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中-印-유럽의 맛 ‘3色3味’

고층빌딩 아래 강변에 들어선 보트키의 노천 식당가. 싱가포르의 식도락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음식천국 싱가포르의 단면은 쉽게 엿볼 수 있다. 야외 스팀보트(일종의 해물 샤부샤부) 식당과 선상레스토랑이 있는 강변의 클라크 키, 강변에 파라솔 식당이 수백 m씩 늘어선 보트 키, 칠리크랩(매운 양념을 한 게·싱가포르 명물) 등 시푸드 식당이 줄지어 들어선 이스트코스트 해변, 한국에도 진출한 싱가포르 스타일의 토스트&커피식당 ‘야쿤’, 탄두리치킨과 피시헤드 카레로 이름난 리틀인디아(인도인 거주지역), 차이나타운, 페라나칸(말레이시아 여자와 중국 남자가 결혼해 이룬 가정)식당이 즐비한 탄종파가의 페라나칸 거리 등.

싱가포르는 영국이 동방무역의 전진기지로 국제 무역항으로 개발한 덕분에 여러 인종의 문화와 음식이 한데 어울렸다. 말레이반도의 다양한 식자재와 맛깔진 음식, ‘워크(Wok·움푹한 중국식 프라이팬)’ 하나면 1000가지 요리를 한다는 중국인, 향료만큼 음식도 다양한 인도인, 다이닝을 즐기는 서양인 등이 다양한 음식을 만들고 나눴던 것이다.

특히 국가가 전략적으로 국제 금융과 관광을 육성한 것도 음식 문화 발달의 원천이 됐다. 이곳에 상주하는 세계 각국의 비즈니스맨과 연간 900만 명에 가까운 외국 방문객들은 제각각의 취향과 입맛에 맞는 음식을 요구하며 거대한 식도락 시장을 이뤘다. 수많은 레스토랑과 유명 셰프가 이곳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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