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단은 청와대가 지난해 4월 발족시킨 ‘동북아 평화를 위한 바른 역사 정립기획단’(단장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을 확대 개편한 국책 전략 연구기관이다.
▽산고(産苦) 끝의 출범=동북아역사재단 설립 필요성에는 정부와 학계가 모두 공감해 왔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독도해역 수로조사 파문 등 일련의 역사 및 영토 논란에 대한 체계적 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 주관 부처를 어디로 할지, 다른 연구기관과의 중복 문제 등에 따른 논란이 계속되면서 재단의 구체적 위상과 활동 내용을 뒷받침하는 법안은 반년 넘게 장기 표류하다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동북아역사재단의 감독기관을 외교통상부로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법안 심의과정에서 역사·영토문제에 소극적인 외교통상부를 감독기구로 할 경우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비판으로 지난해 12월 감독기관이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뀌면서 의원 입법안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사립학교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뒤늦게 국회를 통과했다.
▽설립 일정=법안은 통과됐지만 동북아역사재단은 자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예비비로 설립지원금을 받아야 한다. 당초 바른역사정립기획단이 올 초 재단 출범을 예상해 설정한 예산안은 340억 원이었다.
재단법에 따르면 법안이 공표되고 30일 안에 7인의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주 안에 국무회의를 거쳐 법안을 공표하고 교육부와 외교부 등 관련 정부기관 인사들로 설립추진위를 구성해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는 8월경 재단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재단 이사회는 이사장과 감사를 포함해 20인 이내로 구성되는데 재단법상 이사장은 교육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이사는 이사장의 제청으로 교육부 장관이 임명한다. 정부는 이사장은 장관급, 상근이사(사무총장)는 차관급으로 고려하고 있는데 이사장은 학계에서, 상근이사는 관계에서 발탁할 가능성이 높다.
▽착근(着根)을 위한 과제=이사장 등의 선임이 정권의 전형적 ‘코드 인사’로 이뤄질 경우 재단의 위상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민적 관심이 높고 외교적으로도 민감한 사안들의 조타수가 될 이들이 정치권의 풍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경우 국내외적 권위에 손상이 가기 때문이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동북아역사재단이 중국과 일본 같은 이웃나라까지 설득할 수 있으려면 정부 정책에도 쓴 소리를 할 수 있을 전문성과 자율성,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구려연구재단과의 관계 정립도 숙제다. 역시 교육부 산하 연구기관인 고구려연구재단도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뿐 아니라 한일 역사 및 독도 문제까지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역사정립기획단 측은 “일단은 병행하는 구도로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통합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그러나 고구려연구재단 김정배 이사장은 “시공간이 다른 문제를 뭉뚱그려 놓으면 개별 사안에 전체 연구가 휩싸일 수 있다”며 “고구려연구재단은 중국 문제, 동북아역사재단은 일본 문제에 집중해 별도로 가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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