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52>彗星(혜성)

  • 입력 2006년 5월 10일 03시 02분


‘彗(혜)’는 ‘살별, 꼬리별’, 즉 ‘혜성’을 뜻한다. 혜성은 밝은 빛을 내며 하늘을 날아간다. 이로부터 ‘彗’에는 ‘밝다, 총명하다’라는 뜻도 생겨났다. ‘慧(혜)’는 ‘彗’와 ‘心’이 합쳐진 글자로, 이는 ‘밝은 마음, 총명한 마음’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智(슬기·지)’와 함께 사용된 ‘智慧(지혜)’는 ‘슬기롭고 총명한 마음’이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彗’에는 위와 같은 의미 이외에도 ‘쓰는 비, 비로 쓸다’라는 뜻이 있다. 아마도 ‘쓰는 비’라는 뜻이 먼저 생기고 이의 동사적 용법인 ‘비로 쓸다’라는 용법은 그 후에 생겼을 것이다. 이렇다면 ‘彗’의 ‘비’와 ‘혜성’이라는 두 가지 의미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생겨났을까?

‘쓰는 비’의 모양을 생각하여 보자. ‘쓰는 비’는 빗자루와 머리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머리 부분은 볏짚을 부드럽게 모아서 부채꼴로 만든다. 이 부채꼴이 혜성의 꼬리 부분과 유사하다.

이로 말미암아 ‘彗’는 ‘혜성’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추(추)’도 ‘쓰는 비’라는 뜻인데 이 글자에도 ‘혜성’이라는 뜻이 있다. 이와 같이 한자는, 자신이 나타내는 사물과 비슷한 모양의 다른 사물이 존재하면 그 다른 사물도 자신의 또 다른 의미로 갖는 현상이 있다.

비와 같은 털이나, 비와 유사한 모양을 나타내는 사물로 혜성을 나타내는 현상은 영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tail’은 ‘꼬리’라는 뜻이지만 ‘혜성의 꼬리’라는 뜻도 가지고 있으며, ‘comet’은 ‘혜성’이라는 뜻인데, 어원은 ‘머리카락’이다. ‘coma’도 ‘혜성의 꼬리 부분’을 나타내는데, ‘식물의 종발(種髮), 종모(種毛)’를 나타내기도 하며, 파인애플 등의 위 끝에 모인 잎사귀 모양을 나타내기도 한다. 종발이나 종모는 씨앗이 되는 털을 말한다.

이와 같이 동서양의 인류는 모두 ‘털’이나 그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사물을 이용하여 살별, 즉 혜성을 나타낸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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