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김경자 씨 부부를 만나 김 씨가 세상을 떠난 뒤까지 3년간 부부의 모습을 담아온 윤미현(43·여·사진) PD. “휴먼 다큐멘터리 성공의 관건은 카메라 앞에서 한 사람의 진심을 어떻게 끌어 내느냐는 겁니다.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정말 사랑해 주는 사람’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내, 김경자’를 직접 연출하며 ‘사랑’의 제작 총괄책임까지 맡았던 윤 PD는 휴먼 다큐멘터리 제작 경력만 20년이다. 1986년 입사해 이듬해 ‘인간시대’ 조연출을 시작으로 ‘신인간시대’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 등을 제작해 왔다. 지난해 호평을 받은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 ‘노인들만 사는 마을’도 그의 작품. 두 작품 모두 제작기간이 1년을 넘었다.
“하루 종일 1분 분량도 못 찍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휴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 미화될 가능성이 많아요. 마치 국화빵 찍듯이 만들어지니 깊이 있는 이야기, 출연자의 다양한 면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죠.”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점은 자기 절제다. 제작 PD로서는 출연자가 절망하는 순간에도 프로그램 제작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촬영할 때마다 많이 울고…. 울다가 정신 차리고 촬영합니다. 주인공이 떠나면 휴먼 다큐를 제작하던 PD는 마치 가족을 잃은 듯한 상흔을 안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왜 그는 계속 휴먼 다큐멘터리를 제작할까?
“한 사람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카메라를 통해 그 인생을 제대로 정리해 내보내는 것이 휴먼 다큐 PD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순간순간 옆에 있기가 미안하고 고통스럽고 이렇게까지 찍어야 하나 생각하지만 그게 제 몫이죠. 시청자들이 그걸 보고 내게 소중한 사람이 누군지 생각하게 된다면…. 그게 전부입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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