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옥션에서 자신의 작품으로 판매된 그림이 위작임을 주장했던 변시지(80) 화백은 단호했다. 7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찾아온 서울옥션 관계자, 작품을 경매에 내놓은 위탁자와의 만남에서 작품을 보고 위작임을 재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서울옥션 윤철규 대표는 “결과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하지만, 위작을 완강하게 주장하는 작가와 23년 전 작품 구입 당시 정황을 설명하며 수긍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작품 위탁자, 양쪽의 합의점은 없었다”며 “발뺌이라는 비판을 받을까 걱정되나 아직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어 앞으로 변 화백의 작품이 경매에 나올 때는 사전 확인 절차를 밟고, 모든 출품작에 대한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998년 말 출범 이후 국내의 대표적 미술품 경매회사로 성장해 온 서울옥션을 둘러싸고 지난해부터 여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 시비에 앞서 지난해 3월 경매에서 판매된 이중섭 화백 그림 4점이 검찰 수사에서 위작 판정을 받은 데다, 올해 2월 경매 도록에 올렸던 불화 ‘팔상도’는 도난당한 작품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미술계에서는 이런저런 파문이 궁극적으로 미술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미술품 감정 전문가는 “작품을 판 경매사에게는 위작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밝혀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작가의 말을 듣고도 위작임이 미심쩍다면 외부 인사로 감정단을 구성해 감정을 받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감정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가 있을 수 있으나 ‘진품이거나 아니거나’ 진실은 오직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투명한 거래, 새로운 시장’을 내세우는 서울옥션이 곰곰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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