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메울 수 없는 예술애호가의 빈자리

  • 입력 2006년 5월 10일 03시 02분


고 박성용 이사장에게 헌정된 금호아트홀의 G열 7번 좌석. 사진 제공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고 박성용 이사장에게 헌정된 금호아트홀의 G열 7번 좌석. 사진 제공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곳은 음악과 예술을 사랑했던 고(故) 박성용(朴晟容) 금호문화재단 이사장께서 늘 앉으시던 자리입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트홀 G열 7번 좌석은 늘 비어 있다. 지난해 타계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박성용 이사장이 즐겨 앉던 자리이기 때문이다. 재단 측은 평생 문화예술인 육성에 아낌없는 후원을 펼쳤던 박 이사장을 기리기 위해 이 좌석은 어떤 공연에도 판매하지 않고 빈자리로 남겨놓기로 했다. 유일한 예외는 고인의 부인인 마가렛 클라크 박(75) 여사. 박 여사는 요즘도 가끔 이 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한다.

생전의 박 이사장은 음악회장을 찾을 때 꼭 자신의 돈으로 음악회 티켓과 프로그램을 산 뒤 좌석에 앉았다고 한다. 당초 공연에 영향을 줄까봐 무대에서 잘 보이지 않는 오른쪽 맨 뒷줄에 앉아 관람했지만 말년에 다리를 수술한 뒤로는 좌석 앞쪽이 통로로 이용돼 비어 있는 G7석을 지정석으로 삼았다. 약간 왼쪽에 있는 이 좌석은 피아니스트의 손동작을 잘 볼 수 있는 자리다.

국내 음악인 300여 명을 후원해 ‘한국의 메디치’로 불렸던 박 이사장은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났다. 22일 금호아트홀에서는 그의 1주기를 기리는 음악회가 열린다.

이번 음악회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를 비롯한 ‘금호영재’ 출신 30여 명과 금호현악4중주단 리더였던 바이올리니스트 김의명 등이 출연해 비발디의 ‘두 대의 첼로를 위한 협주곡’, 모차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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