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4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그래미상 수상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너는 예쁘지 않아서 안돼.”

어머니의 단정적인 반대는 연기자의 꿈을 키워 가던 어린 소녀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소녀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장점과 개성을 키워 가기 시작했다.

가수, 배우, 영화제작자…. 명실상부한 ‘만능 엔터테이너’ 바브라 스트라이샌드(64)의 삶은 그녀가 주연한 영화인 ‘스타 탄생’만큼이나 극적이다.

1942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그녀의 어린 시절은 유쾌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스트라이샌드가 태어난 지 15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고, 재혼한 어머니는 물론 의붓아버지와도 내내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어머니의 냉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극장 안내원과 전화교환원으로 일하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

가수로서의 인생이 시작된 것은 우연이었다. 남자친구의 권유로 맨해튼 게이 바에서 열린 아마추어 가수 경연대회에 출전해 우승한 것. 이를 계기로 오프브로드웨이에 진출했고 1962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출연할 수 있었다. 작은 역이었지만 그녀의 노래와 연기는 비평가들을 놀라게 했으며, 컬럼비아 레코드사와 음반 계약을 하게 됐다.

1964년 5월 12일은 그녀 인생의 분수령이었다. 데뷔 앨범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앨범(The Barbra Streisand Album)’이 그래미상 최우수 앨범상과 최우수 여성 가수상을 수상한 것이다. 데뷔 앨범으로 두 부문을 거머쥔 것도 놀라웠거니와 당시 그래미상 최연소 수상자였다는 점으로도 크게 주목받았다.

이어 세 앨범이 빌보드 차트 10위권에 동시에 드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1960년대가 로큰롤과 비틀스의 시대였던 것을 생각하면 발라드 가수인 그녀의 성공은 놀라운 것이었다.

연기자의 꿈도 이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퍼니 걸’의 주연을 맡아 연기력을 인정받은 뒤 1968년 동명의 영화에 출연했다. 첫 영화였는데,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추억(The Way We Were)’(1973), ‘스타 탄생’(1976) 등 히트작이 이어졌다. 유대인의 특징인 매부리코가 두드러진, 예쁘다고 할 수 없는 외모였지만 강하고 야심 있는 여성상을 보여 준 그녀의 연기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것은 어쩌면 연기가 아니라 스트라이샌드 자신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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