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보이쇼’를 보고 재미있었다면 역시 당신은 둘 중 하나다. 일본 취향이거나, 잘하는 것과 열심히 하는 것을 똑같다고 생각하거나.
‘알타보이즈’와 ‘콘보이쇼’는 각각 미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히트작. 두 작품 모두 여자 출연자는 한 명도 없이 오로지 ‘오빠들’만 출연한다. 요즘 뮤지컬에서 빠지지 않는 ‘양념’인 게이 캐릭터도 한 명씩 등장한다.
현재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알타보이즈’와 일본에서 18년간 꾸준히 인기를 끌어 온 ‘콘보이쇼’는 모두 국내 초연.
○ 알타보이즈=“까악∼” “너무 귀여워”. 주연을 맡은 ‘god’ 김태우가 두 손을 왼쪽 가슴에 모으고 하트 모양을 만들며 춤을 추면, 객석의 99%를 차지하는 여성 관객들은 비명을 지른다. 김태우가 무대에 서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좌석 점유율이 3배 가까이 차이가 날 만큼 스타 캐스팅의 효과를 보고 있는 작품. 극중 주인공이 5인조 보이 밴드인 데다가, 극 배경도 이들이 라이브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콘서트’가 중심이어서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스토리가 곁들여진 콘서트’에 가깝다.
기독교인인 보이밴드가 노래로 현대인들의 지친 영혼을 구원한다는 내용이지만 “하나님은 정말 짱이야” 등의 대사처럼 종교는 그저 하나의 설정일 뿐 종교적인 의미는 크지 않다. 김태우의 인기에 나머지 4명의 캐릭터가 자칫 묻히기 쉬운데도 ‘마크’ 역의 최성원은 극에 악센트를 주며 자신의 존재를 잘 드러냈다.
21일까지. 화∼금 8시, 토 4시 7시, 일 3시 6시. 충무아트홀 대극장. 4만∼6만 원. 02-501-7888
○ 콘보이쇼=‘소크라테스’ ‘사르트르’ 등 철학자의 이름을 가진 7명의 청년이 ‘시 문학 모임’을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지만, 종잡기 힘든 스토리를 굳이 따라가려고 하기보다는 중반 이후 7명의 남자가 펼치는 파워풀한 댄스와 콩트를 ‘버라이어티 쇼’ 보듯 즐기는 편이 낫다. ‘킬리만자로의 표범’부터 ‘볼레로’까지, 재즈댄스부터 아톰춤, 탭댄스까지 다양한 노래와 춤이 등장한다. 탭댄스는 다소 무겁게 느껴지고 대사 전달력과 발성은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2시간 동안 열과 성을 다하는 7명의 배우는 땀 냄새 나는 ‘현장의 맛’을 몸으로 보여 준다. 20일까지. 화∼금 7시반, 토 일 3시 7시. 백암아트홀. 5만∼7만 원. 02-3444-9969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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