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둔생활 이후 일반의 관심에서 비켜나 한적했던 백담사는 1998년 회주 오현(五鉉) 스님이 무금선원(無今禪院)을 개설한 이후 수행도량으로 거듭났다. 이날 무금선원에는 두 부류의 스님들이 하안거 결제에 들어갔다. 산 위쪽의 무문관(無門關)에는 승랍(僧臘) 20년 이상의 중견 스님 10명이 밖에서 자물쇠로 문을 걸어 잠그도록 한 채 폐문정진(閉門精進)을 시작했고, 아래쪽의 조계종 기본선원에서는 정식 비구계를 받기 전의 예비승려 30여 명이 참선의 기초를 다지는 수행에 들었다.
일반 선원과 달리 무문관에서는 모든 것을 수행자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 묵언(默言)은 기본이고, 전화는 물론 편지 소포도 일절 금지된다. 독서와 취미생활도 할 수 없다. 밥은 정해진 투입구를 통해서만 전달된다. 꽉 막힌 3평 정도 크기의 방에서 외부와 일절 단절된 채 혼자서 철저히 자신과 싸워야 한다.
1999년부터 이곳에서 3년간 폐문정진했던 신룡 스님은 “무문관 생활은 철저한 고행일 수밖에 없지만 밤에 듣는 개울물 소리는 관세음보살이 묘음(妙音·깨달음의 진리)을 설하는 것 같고, 밤에 창문을 열면 별들이 가슴에 쏟아지듯이 들어오는 것 같은 법열(法悅·깨달음의 기쁨)을 느껴 수행을 계속할 힘을 얻는다”고 회고했다.
아래쪽의 기본선원 수좌들은 하루 12시간 동안 참선 수행을 하며 특별가행정진 때는 하루 18시간 정진하기도 한다. 교선사(敎禪師)의 죽비가 이들의 수행 고삐를 당긴다.
인제=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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