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31>잠투정

  • 입력 2006년 5월 15일 03시 00분


아이들을 돌보면서 힘든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잠투정을 할 때다. 성격 좋은 순둥이인 지원이도 잠들기 전만은 못 말리는 ‘떼쟁이’로 돌변한다. 다리를 꼬고 머리를 뒤로 젖히고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울던 지원이를 재우고 나면 집안의 평안이 절로 찾아온다.

승민이 역시 잠들기 전에는 괜한 일로 생트집을 잡거나 고집을 부려서 엄마 아빠 속을 뒤집어놓는다.

나는 피로가 엄습할 무렵 만사를 제치고 잠자리에 들 때 기분이 참 좋다. 그런데 왜 아이들은 잠들기 전 그렇게 기분이 안 좋아지면서 잠투정을 하는 것일까?

아이들의 수면 패턴은 어른과 많이 다르다. 어른들은 잠들 때 가수면 상태에서 곧장 깊은 수면으로 빠지는 반면 아이들은 잠들기 전 꿈을 꾸는 가수면 상태를 많이 가진다. 이때는 불면증 환자처럼 잔뜩 예민해져 사소한 자극이나 불편함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이의 잠투정은 나이가 어릴수록 생리적 욕구가, 나이가 들수록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백일 전 신생아가 잠자기 전 보채는 가장 큰 이유는 엄마 배속 환경과 바깥 환경의 차이 때문이다. 백일 무렵 아기가 태외 환경에 적응이 되면 좋아진다.

생후 6개월 이전 아이의 잠투정은 뭔가 신체적으로 불편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대변, 소변, 변비, 배고픔, 구역질, 시끄럽다, 춥다, 덥다 등 생리적인 불만족이 해결되면 덜 보채게 된다. 6개월이 넘으면 생리적 원인 외에 엄마와의 관계가 영향을 미친다. 낮에 있었던 엄마와의 불편한 감정이 잠투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돌이 지나서 잠투정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심리적인 요인이다. 기질이 불안정하고 까탈스러운 아이일수록 사소한 서운함이 잠투정에 배어나온다. 4, 5세가 되면 엄마와의 관계 외에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사건 등도 영향을 미친다.

보채는 아이를 달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잠들기 전 아이를 달래며 “왜 이렇게 힘들까?” 이런 생각을 안 해본 부모가 없을 것이다. 이때 힘들다고 덩달아 짜증을 부리면 아이는 더 많이 보챈다. 아이는 어른보다 스트레스를 견디어 내는 능력이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다.

잠투정을 부릴 때 아이를 안아주고, 진정시키며 그 순간을 넘기는 지혜와 수고가 필요하다. 또 낮에 충분히 놀리고, 잠들기 1시간 전부터 잠자는 집안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어른들의 일정보다는 아이들의 생활리듬에 맞춰서 자는 것도 잠투정을 줄이는 방법이다. 잠투정 부리는 것도 다 한때이다. 만 5세가 지나면 대부분 사라지니 말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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