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배들을 복제할래요”… ‘클론형’ 가수들 데뷔 러시
‘타이푼’의 데뷔 음반에는 ‘코요태’의 히트곡 ‘패션’, ‘불꽃’ 등을 만든 작곡가 이용민과 홍재선 등이 참여했다. ‘코요태’의 래퍼 빽가는 ‘타이푼’의 래퍼 지환에게 랩을 가르쳤다. 두 그룹의 소속사인 트라이팩타의 박성진 실장은 “여성 보컬인 솔비의 음색이 ‘코요태’의 신지와 비슷하고 ‘순정’이나 ‘실연’ 같은 ‘코요태’의 데뷔 초 모습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아 ‘타이푼’을 ‘제2의 코요태’로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신세대 트로트 가수 장윤정의 소속사 인우 프로덕션은 지난달 성악도 출신의 신인 가수 박현빈(25)을 데뷔시켰다. 박현빈은 “신세대 트로트 가수라는 점에서 장윤정과 많이 비교되지만 데뷔하자마자 많은 분들이 ‘남자 장윤정’으로 주목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가요계에는 이처럼 같은 기획사 소속의 선배 가수들을 본뜬 이른바 ‘클론(자기복제)형’ 신인 가수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이는 과거 ‘H.O.T.’(SM엔터테인먼트)와 ‘젝스키스’(DSP엔터테인먼트)처럼 소속사 간의 닮은꼴 경쟁이나 누가 먼저냐 식의 ‘원조’ 경쟁이 아닌 자사 소속 히트 가수의 ‘리바이벌’ 개념이다.
● 복제, 그 다음 과제는?
‘클론형’ 가수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올해 2월 데뷔한 여성 3인조 그룹 ‘씨야(See Ya)’가 꼽힌다. 데뷔 2개월 만에 각종 가요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남성 3인조 그룹 ‘SG워너비’를 배출한 GM기획이 만든 그룹. 특히 보컬 트레이닝, 앨범 프로듀싱 과정에서 ‘SG워너비’가 직접 멘터 역할을 맡아 데뷔 전부터 ‘여자 SG워너비’라는 별명으로 주목을 끌었다.
이 같은 ‘클론형’ 가수들의 등장 배경에 대해 음악평론가나 가요계 관계자들은 기획사의 비대해진 파워를 지적했다. 음악평론가 성우진 씨는 “지금은 기획사에 의해 가수가 만들어지고 소멸되는 시대”라며 “클론형 가수들의 경우 실패를 줄이기 위해 자사 가수의 성공 모델을 그대로 답습한 기획사의 상업용 가수”라고 비판했다.
작곡가 전해성 씨는 “소속사에서 작곡 의뢰를 할 때 아예 자사 특정 그룹과 비슷하게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2의…’라는 수식어다. 이는 신인 가수들에게 쉽게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자 동시에 ‘영원한 아류’ 딱지가 될 수도 있다. 전 씨는 “단기간에 상업적인 성공을 바라는 소속사의 안일한 태도도 문제지만 유명해지는 데만 급급해 ‘아류’를 자처하는 신인 가수들의 사고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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