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한 클래식, 영상에…영화배우 데뷔한 피아니스트 김정원

  • 입력 2006년 5월 17일 03시 02분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한 장면.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한 장면.
25일 개봉되는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국내 제작으로는 보기 드문 본격 클래식 음악영화다.

대개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우들이 피아노 치는 장면에는 손가락 대역을 쓰는 것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아역이나 성인 연기자 모두 실제 피아니스트가 출연한다.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 데뷔한 피아니스트 김정원(30·사진) 씨. 그는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차세대 기대주다. 그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김 씨의 파워풀한 타건과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선율이 번갈아 클로즈업되며 관객을 정점으로 이끌고 가는 하이라이트다.

김 씨가 영화에 출연한 것은 이 작품의 음악감독이자 클래식 기타리스트인 이병우 씨와의 인연 때문. 두 사람은 1990년 빈 국립음대 입학 동기다. 당시 김 씨는 빈 국립음대의 최연소(15세) 수석입학자였고, 이 씨는 최고령(36세) 입학자였다. 두 사람은 청음수업 등을 같이 들으며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을 나눴다.

“병우 형이 평소대로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역시 연기는 다르더군요. 얼굴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서 땀 흘린 것처럼 만들더니, 처음부터 마지막 3악장 피날레 연주를 끝내고 환희에 찬 표정을 지어 달라는 거예요. 당황스럽더군요.”

김 씨가 지난달 발표한 음반(스톰프 뮤직)에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과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이 담겨 있다. 체코 필 상임지휘자인 블라디미르 발레크의 지휘로 하노버 방송교향악단과 협연한 것으로, 김 씨의 다섯 번째 앨범이자 첫 협주곡 앨범이다.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은 제겐 소중한 곡이에요.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가 되면 오케스트라와 제일 먼저 협연해 보겠다고 꿈꾸었던 곡이죠.”

김 씨는 7일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가수 김동률 하림 등과 ‘김정원과 친구들’ 공연도 했다.

“대중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이 음악회장이나 영화관에서 제 연주를 듣고 클래식을 좋아하게 되는 게 즐거워요. 저 자신도 연기자나 대중가수들로부터 감정 몰입이나 팬을 즐겁게 하는 방법 등을 배웁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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