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교육의 공간으로”… 서울대미술관 파격적 설계 화제

  • 입력 2006년 5월 17일 03시 02분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가 설계한 서울대미술관. 기다란 직육면체가 기둥 위에 올라앉은 특이한 형태의 건축물이다. 사진 제공 서울대미술관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가 설계한 서울대미술관. 기다란 직육면체가 기둥 위에 올라앉은 특이한 형태의 건축물이다. 사진 제공 서울대미술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정문에서 왼편으로 몇 발짝만 걸어가면 특이한 형태의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길쭉한 직육면체에서 비스듬히 아래쪽을 잘라낸 뒤 기둥에 얹어놓은 듯한 이 건물은 바로 6월 8일 개관을 앞둔 서울대미술관(SNU MoA).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가 설계하고 삼성이 건립해 기증한 미술관으로 지난해 7월 완공되자마자 서울의 새로운 건축 명소로 떠올랐다.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한 조각품 같죠. 미술관 건물 자체가 훌륭한 작품입니다. 전국의 건축과 학생들 중 3분의 1이 다녀갔죠.” 개관을 위한 마무리 점검에 바쁜 정형민(54) 관장의 자랑이다. 그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미술관 구경부터 하자며 손을 끌었다. 지상 3층, 지하 3층의 미술관은 전시가 안 된 텅 빈 공간임에도, 충만하고 극적인 공간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찬찬히 둘러보면 미술관은 전시만 하는 곳이 아니라 전시와 교육, 건축미가 똑같은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는 콜하스의 생각이 읽힌다. 따로 분리된 듯 보이는 전시와 교육 공간이 어느새 이어지고, 강당에는 대각선 층계가 조형미를 자랑하며, 천장과 벽의 철골 구조물은 고스란히 노출돼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3층의 전시실과 각 층을 연결하는 건물의 중앙 홀은 아래 위가 뻥 뚫려 있으며 빙글빙글 나선형 계단으로 둘러싸여 있다.

“서울대에 미술관이 생긴다고 주변에서 큰 기대를 보내주셔서 어깨가 무겁죠. 1월 초에 임명장을 받고 1주일 동안 잠도 못 잤어요. 이제는 간이 커졌죠.(웃음) 대학 미술관의 첫 번째 임무는 교육이고 미술관은 일종의 강의실이라고 생각해요. 캠퍼스 인구만 3만 명에 이르지만 그중 90%는 미술에 대해 잘 모릅니다. 대학과 지역사회를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해 많은 이들이 현대미술에 가깝게 다가서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6월 8일부터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3층 전시장에서 열리는 개관전의 주제는 ‘현대미술로의 초대’. 새로운 건축물과 더불어 베르나르 브네, 프랭크 스텔라,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 외국작가와 유영국 김환기 이우환 서세옥 등 국내작가의 주요 작품 29점을 만나는 전시를 구성했다. 주로 리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여해 온 미술품들. 형식주의적 추상, 반복의 심리, 기계적 미학, 재현의 충동 등 4가지 주제로 나누어 작품마다 ‘미술을 모르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친절한 설명을 마련했다.

“사람들을 속이지 않는 전시를 하고 싶습니다. 규모는 작더라도 상업적 전시와 차별화해서 온 사람이 실망하거나 불평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야죠. 작가에겐 여기서 전시하는 것이 영광이 될 수 있도록 공간의 수준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그러려면 강한 여자가 돼야죠.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전시 부탁을 거절해야 할 테니까요.”

정 관장은 미국 웰즐리대와 미시간대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뒤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1994년부터 서울대에서 미술사를 가르치고 있고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전시예술감독을 맡았다.

“요새는 얼굴이 세 겹이나 두꺼워진 것 같아요.(웃음) 전시를 위해 스폰서를 구하러 다니거든요.”

장차 서울대 미술관은 국내와 외국 작가의 전시를 반반씩 열 계획이다. 전시공간이 미술책처럼 다가오고, 미술책을 넘기듯 편하게 전시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도 목표다.

“꿈은 커요. 우리 미술관이 서울대만 아니라 한국의 좋은 근현대 미술공간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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