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찬히 둘러보면 미술관은 전시만 하는 곳이 아니라 전시와 교육, 건축미가 똑같은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는 콜하스의 생각이 읽힌다. 따로 분리된 듯 보이는 전시와 교육 공간이 어느새 이어지고, 강당에는 대각선 층계가 조형미를 자랑하며, 천장과 벽의 철골 구조물은 고스란히 노출돼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3층의 전시실과 각 층을 연결하는 건물의 중앙 홀은 아래 위가 뻥 뚫려 있으며 빙글빙글 나선형 계단으로 둘러싸여 있다.
“서울대에 미술관이 생긴다고 주변에서 큰 기대를 보내주셔서 어깨가 무겁죠. 1월 초에 임명장을 받고 1주일 동안 잠도 못 잤어요. 이제는 간이 커졌죠.(웃음) 대학 미술관의 첫 번째 임무는 교육이고 미술관은 일종의 강의실이라고 생각해요. 캠퍼스 인구만 3만 명에 이르지만 그중 90%는 미술에 대해 잘 모릅니다. 대학과 지역사회를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해 많은 이들이 현대미술에 가깝게 다가서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6월 8일부터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3층 전시장에서 열리는 개관전의 주제는 ‘현대미술로의 초대’. 새로운 건축물과 더불어 베르나르 브네, 프랭크 스텔라,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 외국작가와 유영국 김환기 이우환 서세옥 등 국내작가의 주요 작품 29점을 만나는 전시를 구성했다. 주로 리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여해 온 미술품들. 형식주의적 추상, 반복의 심리, 기계적 미학, 재현의 충동 등 4가지 주제로 나누어 작품마다 ‘미술을 모르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친절한 설명을 마련했다.
“사람들을 속이지 않는 전시를 하고 싶습니다. 규모는 작더라도 상업적 전시와 차별화해서 온 사람이 실망하거나 불평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야죠. 작가에겐 여기서 전시하는 것이 영광이 될 수 있도록 공간의 수준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그러려면 강한 여자가 돼야죠.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전시 부탁을 거절해야 할 테니까요.”
“요새는 얼굴이 세 겹이나 두꺼워진 것 같아요.(웃음) 전시를 위해 스폰서를 구하러 다니거든요.”
장차 서울대 미술관은 국내와 외국 작가의 전시를 반반씩 열 계획이다. 전시공간이 미술책처럼 다가오고, 미술책을 넘기듯 편하게 전시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도 목표다.
“꿈은 커요. 우리 미술관이 서울대만 아니라 한국의 좋은 근현대 미술공간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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