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교수는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실릴 ‘다시 찾아온 토론의 시대-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을 읽고’라는 글에서 ‘재인식’에 실린 글들에 대해 “그 시대를 현재적으로 되감아보기를 원하는 인사들에게 이 선집은 필수적인 참고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인식’ 출간 후 이 책을 표피적으로 검토하거나 아예 무시한 다른 진보적 학자들과 달리 최 교수는 내용을 꼼꼼히 검토한 뒤 “언론에 노출된 편자들의 태도가 너무 당당하지 않는가 하여 내심 혹은 빈 수레가 아닐까 하는 저픔(두려움)도 없지 않았지만, 짬짬이 완독하고 난 느낌은 꽤 충실한 선집이라는 안도감과 그 해석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서 신선하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책에 실린 논문의 상당수가 “각 시대를 단선화하지 않는 나름의 논리적 정합성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 본격적 토론을 기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이 책의 논문들을 가려 뽑은 편자들의 실제적 안목이 훌륭한 데 비해 그것을 총괄하는 편자들의 시각은 매우 단선적”이라며 “편자들이 과도한 대표성을 행사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특히 “‘해전사’ 1권은 민주주의의 실현을 끊임없이 지연시키는 분단을 의식하면서 유신체제를 넘어 민주주의를 꿈꾸는, 마음과 마음으로 교신되는 상형문자, 또는 한국판 ‘심야총서(深夜叢書)’였다”며 ‘재인식’ 편자들의 ‘해전사’ 비판이 시대적 맥락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결론적으로 “‘해전사’에서 폐기할 것이 무엇인지를 엄정히 분간하면서 진보세력의 자기갱신을 점검해야 할 때”라며 ‘재인식’의 문제 제기를 진보세력이 좀 더 간곡하고 성찰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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