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척 새 애인을 소개해 주고는 그 진행 상황을 챙기느라 신경을 곤두세우는 어긋난 커플, 그리고 그 친구들이 주고받는 대사는 미혼 남녀들의 풋내 나는 사랑법과는 선명한 차별화를 이루며 30, 40대 여성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4월 3일 첫 방송부터 16일까지의 평균 시청률은 13.2%(TNS미디어코리아 집계).
▽깨진 후에도 생각나는 이유=이혼 후 딸아이와 사는 친구 미연(오윤아)과 마주앉은 은호. 은호는 과일 잼의 병이 꽉 잠긴 채 열리지 않자 맨 식빵을 씹으면서 “이래서 남자가 필요해”라고 말한다. 미연은 “형광등 갈 때도 생각나. 그거 은근히 힘들다”고 하고 은호는 “베란다 문짝 안 달릴 때도 남자가 생각나”로 받아 준다.
은호는 헤어진 이유를 “더 같이 살다가는 진짜 꼴 보기 싫어지겠다 싶어서”라고 설명한다. 남편의 손찌검 끝에 갈라선 미연은 한 수 위다. “둘 다 끝장을 안 봐서, 바닥을 안 쳐서 미련이 남은 거야.”
급할 때 찾는 사람도 반짝반짝 빛나는 새 애인이 아니라 후줄근한 전 남편이다. 술집에서 시비 끝에 싸움이 붙어 경찰서까지 가게 된 은호는 동진을 불러낸다. 뒷수습 후 내뱉는 동진의 말. “여자가 혼자 술 먹고 그러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잖아. 이런 일은 한 번도 많다. 또 그러지 마라.”
▽뒤틀린 애정 표현=동진은 은호가, 은호는 동진이 여전히 그립다. 애틋한 마음과 달리 말은 늘 어깃장을 놓는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뭐해?”(동진) “글쎄.”(은호) “글쎄는 무슨. 약속 없는 거 알아. 괜히 튕기다가 방바닥 긁지 말고 부르는 사람 있을 때 ‘예’ 하고 나와.”
차에 치일 뻔한 은호를 구한 동진. “앞 좀 보고 다녀라. 내가 너 구한 거다. 고맙지?” 이들의 재결합을 원하는 동진의 친구가 더 안타까워한다. “저 자식은 꼭 한 마디가 많아.”
다가설 듯 물러서는 이들은 확신이 없다. “다시 시작하면 다시 상처 줄 거야. 지금 우리가 웃고 떠드는 건 떨어져 있으니 가능한거야.”(동진) “당신이랑 다시 시작한대도 나는 계속 덜컥거릴 거야.”(은호)
▽새로 시작하는 아내-남편을 위한 충고=은호는 근사한 교수(서태화)를, 동진은 참한 요리전문가(문정희)를 새로 사귀며 ‘연애하는 외동아들 바라보는 과부의 심정’과 ‘외동딸 시집보내는 홀아버지의 심정’으로 충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젓가락질 빨리 배워. 전 부인이 뭘 가르쳤나 할 거 아냐.” “그럼 나도 한 가지만 충고할게. 밥 먹을 때 이것 맛있지, 저것 맛있지 일일이 물어보는 거 하지 마. 은근히 짜증나.” “밥 먹을 때 쩝쩝거리는 거 하지 마. 빈해 보여.” “너 돌아다니면서 이빨 닦는 거 하지 마. 지저분해. 내가 너 땜에 잠이 안 온다.” “관심 접어.” “못난 전 부인이 빌빌대는데 관심이 접어지냐.”
2회분의 방송을 남겨 놓은 현재 진도는 동진이 앞섰다. 그는 새 애인과 결혼식을 올렸고, 은호의 마음은 슬프게 내려앉았다.
“(독백으로) 그날, 그 시간의 일들이 마치 데자뷔처럼 느껴졌던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 알고 준비를 했기에, 익숙해지도록 상상 속에서 몇 번이나 반복해 아파해 온 장면이기에…. 그런데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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