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혼부부의 사랑이야기 SBS드라마 ‘연애시대’

  • 입력 2006년 5월 18일 03시 00분


손예진(왼쪽)과 감우성이 연기하는 ‘연애시대’의 이혼 부부 유은호와 이동진.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이 남아있음에도 겉으로는 “나 새출발해. 내가 먼저 행복해져 줄게” “그래라. 열심히” 하며 날선 대화를 주고받는다. 사진 제공 옐로우필름
손예진(왼쪽)과 감우성이 연기하는 ‘연애시대’의 이혼 부부 유은호와 이동진.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이 남아있음에도 겉으로는 “나 새출발해. 내가 먼저 행복해져 줄게” “그래라. 열심히” 하며 날선 대화를 주고받는다. 사진 제공 옐로우필름
《‘해 본’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다. 이혼 후에도 오래된 연인처럼 시큰둥하게, 가끔은 절절하게 남은 감정을 주고받으며 끊어질 듯 말 듯 관계를 이어가는 동진(감우성)과 은호(손예진). SBS 월화드라마 ‘연애시대’의 주인공 커플은 이혼한 지 1년 6개월이 됐지만 단골 빵집과 술집에서 수시로 마주치고, 갈라설 때 상대가 흘리고 간 브래지어와 성인 비디오를 챙겨다 주고, 결혼기념일에는 결혼식을 올렸던 호텔에서 보내 준 할인 식사권으로 함께 밥을 먹는다.》

무심한 척 새 애인을 소개해 주고는 그 진행 상황을 챙기느라 신경을 곤두세우는 어긋난 커플, 그리고 그 친구들이 주고받는 대사는 미혼 남녀들의 풋내 나는 사랑법과는 선명한 차별화를 이루며 30, 40대 여성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4월 3일 첫 방송부터 16일까지의 평균 시청률은 13.2%(TNS미디어코리아 집계).

▽깨진 후에도 생각나는 이유=이혼 후 딸아이와 사는 친구 미연(오윤아)과 마주앉은 은호. 은호는 과일 잼의 병이 꽉 잠긴 채 열리지 않자 맨 식빵을 씹으면서 “이래서 남자가 필요해”라고 말한다. 미연은 “형광등 갈 때도 생각나. 그거 은근히 힘들다”고 하고 은호는 “베란다 문짝 안 달릴 때도 남자가 생각나”로 받아 준다.

은호는 헤어진 이유를 “더 같이 살다가는 진짜 꼴 보기 싫어지겠다 싶어서”라고 설명한다. 남편의 손찌검 끝에 갈라선 미연은 한 수 위다. “둘 다 끝장을 안 봐서, 바닥을 안 쳐서 미련이 남은 거야.”

급할 때 찾는 사람도 반짝반짝 빛나는 새 애인이 아니라 후줄근한 전 남편이다. 술집에서 시비 끝에 싸움이 붙어 경찰서까지 가게 된 은호는 동진을 불러낸다. 뒷수습 후 내뱉는 동진의 말. “여자가 혼자 술 먹고 그러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잖아. 이런 일은 한 번도 많다. 또 그러지 마라.”

▽뒤틀린 애정 표현=동진은 은호가, 은호는 동진이 여전히 그립다. 애틋한 마음과 달리 말은 늘 어깃장을 놓는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뭐해?”(동진) “글쎄.”(은호) “글쎄는 무슨. 약속 없는 거 알아. 괜히 튕기다가 방바닥 긁지 말고 부르는 사람 있을 때 ‘예’ 하고 나와.”

차에 치일 뻔한 은호를 구한 동진. “앞 좀 보고 다녀라. 내가 너 구한 거다. 고맙지?” 이들의 재결합을 원하는 동진의 친구가 더 안타까워한다. “저 자식은 꼭 한 마디가 많아.”

다가설 듯 물러서는 이들은 확신이 없다. “다시 시작하면 다시 상처 줄 거야. 지금 우리가 웃고 떠드는 건 떨어져 있으니 가능한거야.”(동진) “당신이랑 다시 시작한대도 나는 계속 덜컥거릴 거야.”(은호)

▽새로 시작하는 아내-남편을 위한 충고=은호는 근사한 교수(서태화)를, 동진은 참한 요리전문가(문정희)를 새로 사귀며 ‘연애하는 외동아들 바라보는 과부의 심정’과 ‘외동딸 시집보내는 홀아버지의 심정’으로 충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젓가락질 빨리 배워. 전 부인이 뭘 가르쳤나 할 거 아냐.” “그럼 나도 한 가지만 충고할게. 밥 먹을 때 이것 맛있지, 저것 맛있지 일일이 물어보는 거 하지 마. 은근히 짜증나.” “밥 먹을 때 쩝쩝거리는 거 하지 마. 빈해 보여.” “너 돌아다니면서 이빨 닦는 거 하지 마. 지저분해. 내가 너 땜에 잠이 안 온다.” “관심 접어.” “못난 전 부인이 빌빌대는데 관심이 접어지냐.”

2회분의 방송을 남겨 놓은 현재 진도는 동진이 앞섰다. 그는 새 애인과 결혼식을 올렸고, 은호의 마음은 슬프게 내려앉았다.

“(독백으로) 그날, 그 시간의 일들이 마치 데자뷔처럼 느껴졌던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 알고 준비를 했기에, 익숙해지도록 상상 속에서 몇 번이나 반복해 아파해 온 장면이기에…. 그런데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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