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개그콘서트 황현희-곽한구 인기비결

  • 입력 2006년 5월 18일 03시 00분


“기회가 닿는다면 진짜 범인들을 취조해서 속 시원하게 진술을 받아보고 싶어요.” KBS2 ‘개그콘서트’의 코너 ‘범죄의 재구성’에서 “조사하면 다 나와!”라는 유행어로 인기를 얻고 있는 황 검사 황현희(왼쪽)와 범인 곽한구. 전영한 기자
“기회가 닿는다면 진짜 범인들을 취조해서 속 시원하게 진술을 받아보고 싶어요.” KBS2 ‘개그콘서트’의 코너 ‘범죄의 재구성’에서 “조사하면 다 나와!”라는 유행어로 인기를 얻고 있는 황 검사 황현희(왼쪽)와 범인 곽한구. 전영한 기자
“지금부터 조사에 들어가도록 하겠다.”

검사의 빠른 듯 묵직한 한마디. 범인으로 지목된 자는 묵묵히 앉아 있다. 금방이라도 진실이 밝혀질 것 같은 분위기. 그러나 상황은 급반전된다.

“야 빨리 불어! 조사하면 다 나와!”(황 검사)

“아∼ 뭐요∼ 아 무슨 소리예요∼.”(범인)

KBS2 ‘개그콘서트’(일 오후 8시 55분)의 인기 코너 ‘범죄의 재구성’. 최면 수사, 심리 수사 등 온갖 수사 방법으로 멀쩡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가지만 결국 남는 건 “조사하면 다 나와!”라는 황 검사의 생떼뿐이다. 하지만 매주 ‘쪽박’을 차는 수사 결과와 달리 코너의 인기는 ‘대박’이다. 영화 포스터에도,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의 멘트에서도, “조사하면 다 나와!”가 차용된다. 그러나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황 검사 역의 개그맨 황현희(26)는 울상이었다.

▽황현희=“아 억울해요. 전 매주 A4 용지 2장이나 되는 대사 외우느라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범인은 그냥 ‘아 왜요∼’ 이것만 하면 되잖아요.”

범인 역의 곽한구(24)는 가소로운 듯 웃었다.

▽곽한구=“아 무슨 소리에요∼. 저는 사람들이 진짜 범인으로 본다고요. 지난번에는 운전하다가 접촉사고가 나서 경찰서에서 조사받는데 경찰관 아저씨가 제 말은 하나도 안 믿으시고 계속 ‘조사하면 다 나오니까 바른 대로 말해요’라고 하셨어요.”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검사(차승원)가 범인(신하균)을 취조하는 장면을 보고 코너를 만들었다는 이들은 시의성 있는 내용을 다루기 위해 매일 5개의 신문을 읽고 방송 뉴스를 모니터하며 시사 프로그램은 녹화까지 해서 본다고 했다. 최근 이들의 관심사는 선거 사범과 아동 성폭행 사건.

▽곽=“제가 하는 범인 역은 전혀 혐의가 없는 순진한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에게 검사가 다짜고짜 들이대는 거죠. 검사는 높고 범인은 낮다는 사회적 인식을 비튼 모습, 그리고 윽박지르는 검사를 향해 ‘아 뭐요∼’라며 응수하는 모습에 다들 통쾌해 하시더라고요.”

황현희는 관동대 법학과 99학번 출신. 어릴 적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강우석(박상원) 검사가 조직폭력배들에게 “나 강우석 검사야. 나를 건드리려면 아예 죽여버려”라고 호통치는 모습에 반해 법대를 지망했다. 결국 개그맨으로서 ‘검사의 꿈’을 이룬 셈이다.

▽황=“아버지가 워낙 완고하셔서 개그맨 된다고 하니까 선풍기, 리모컨 등 가재도구를 다 집어던지셨어요. 그런데 얼마 전 동네 미용실 누나가 ‘너희 아버지가 네 자랑 많이 하시더라’고 하더군요. 어찌나 찡하던지….”

인터뷰 말미 이들은 전국의 검사와 범인에게 할 말이 있다며 목청을 가다듬었다.

▽황=“전국의 모든 검사님. 범죄자 취조는 저처럼 하시면 안 돼요. 무조건 윽박지르기보다는 여유와 유머로 인간적인 수사를 부탁드립니다. 그래야 진짜 조사하면 다 나와!”

▽곽=“전국의 모든 범인님들. 숨어 다니지 말고 자수하세요. 기술이라도 배워서 정정당당하게 살아야 해요. 이 세상에 조사하면 안 나올 건 없거든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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