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오페라의 주인공 되다

  • 입력 2006년 5월 18일 03시 00분


무아마르 카다피(사진) 리비아 국가원수를 소재로 한 현대 오페라 ‘카다피’가 영국국립오페라단에 의해 9월 런던 무대에 오른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중동의 ‘미친 개’로까지 불렀던 카다피가 오페라의 주인공이 돼 돌아온 것일 뿐 아니라 로열오페라단과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국립오페라단이 올리는 작품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음악은 전통적인 아리아와 로망스 대신에 중동의 비트와 랩을 사용해 만들어졌다. 최근 연습 현장을 다녀온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카키색 군복에 스포츠 선글라스를 쓴 카다피 역의 랩 가수가 독창으로 “여성들이여, 총은 아름다움이다. 총과 함께 혁명적 순수의 천사가 돼라”고 노래하자 그를 둘러싼 여성 경호원들이 합창으로 “신이여 우리 지도자를 보호하소서. 우리는 그를 위해 마음과 아름다움을 바칩니다”라고 응답했다.

주위에 남성 경호원 대신 여성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는 습관뿐만 아니라 사이비 베두인족 생활도 소재가 됐다.

1942년 유목민인 베두인족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지금도 외국 손님을 전통적인 베두인족의 천막에서 맞고 실제 사막에서 상당한 기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페라는 리비아의 위기의 순간을 모두 다루고 있다. 1984년 런던의 리비아대사관 밖에서 근무 중이던 영국 여성 경찰 이본 플레처 씨가 대사관 쪽에서 날아온 총탄에 맞아 숨진 사건, 1986년 레이건 전 대통령이 각종 테러에 개입해 온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를 폭격하자 리비아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미국 팬암 민항기를 폭파한 사건 등이 다뤄지고 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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