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얘기라는 게, 고작 눈물을 흘리며 우는 여자 이야기였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처음엔 그저 우는 척했지만 언제부턴가 여자는 자신이 흘리는 눈물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분간할 수 없게 돼 버렸다.
이 책은 ‘인물 대행회사’에 다니는 여자 얘기다. 인물 대행회사라니? 연인이 없는 남자의 애인 대행, 집 나간 딸을 그리워하는 부부의 딸 대행…. 고독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파트너’ 대행을 하면서 여자는 가짜로 울고 가짜로 웃는다. 어느 날 한 남자의 ‘임신한 약혼녀’ 역할을 맡게 됐다. 지금껏 잘해 왔는데 점점 마음이 이상해진다. 남자가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같다. 여자는 대리 사랑과 진짜 사랑 사이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소설은 여자의 심리를 담백한 문체로 전달한다.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현대 사회의 소통 불가능성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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