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열망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이의 적성과 특질을 제대로 파악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한국메사에서 지난해 5~13세 자녀를 둔 부모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의 능력을 잘 모른다'는 응답이 31%였고 '자녀의 능력을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69%)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메사는 독일 하노버대의 클라우스 우어반 교수가 개발한 TCT-DP(Test for Creative Thinking-Drawing Production)란 진단도구를 사용해 지능뿐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모든 능력을 포함한 종합적인 잠재력을 측정하고 있다.
정미숙 한국메사대표는 "인지적 능력은 좌·우뇌가 구분되는데 대부분 지능검사에서는 우뇌 정보가 배제돼 종합적인 인지능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좌·우뇌가 균형 잡힐 때 때 최대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좌뇌적 능력은 지식이나 정보를 잘 기억하고 활용·분석·조합하는 논리적 사고력으로 주로 학습능력과 관련된다. 반면 우뇌능력은 융통성, 상상력, 독창성 등 창의적 능력.
정 대표는 "아이의 뛰어난 능력을 키워주고 부족한 능력을 메우는 방식으로 아이의 잠재력을 키워가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학교교육을 거치며 우뇌적 특성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전반적으로는 우뇌 능력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럼 우리 아이는 좌우뇌형 어느 스타일일까.
△천재수학자 아르키메데스형(극좌뇌형)
좌뇌 능력이 뚜렷하게 발달해 수학 과학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모범생 소리를 듣지만 로마군과의 전투 중 수학문제를 풀다 사망한 아르키메데스처럼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부족해 환경적응력이 떨어진다.
부모가 둘 다 연구원인 준성이(5·남·서울 종로구 평창동)는 TCT-DP 검사 결과 상위 10%에 드는 극좌뇌형 아이이다. 극좌뇌형 아이들은 부모 역시 극좌뇌형인 경우가 많은데 준영이 부모도 이공계 출신.
준영이 엄마 이모(31) 씨는 "우리 세대는 창의적 사고의 필요성을 못 느꼈지만 아이가 살아갈 미래에 대비해 창의적 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절실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유연한 사고를 끌어내기 위해선 정답이 없는 질문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 책을 읽은 후 "내용이 뭐였지?"보다는 "그 책에서처럼 세상에 자동차가 없다면?"하는 식으로 묻는다. 다만 극좌뇌형 아이들은 생각 자체가 큰 부담이기에 너무 스트레스를 주지는 말 것.
△독창척 예술가 피카소형(극우뇌형)
중환이(6·남·경기 구리시 교문동)는 상위 9%에 드는 극우뇌형 아이다. 극우뇌형은 창의적 사고력이 뛰어난 반면 규율 규칙을 따라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학교에서 글짓기 주제를 내주면 엉뚱한 글을 써오는 아이들이 이런 형에 속한다.
이런 아이들은 '산만하다' '엉뚱하다'란 소리를 듣기 쉽다. 아이를 이해 못하고 학교 잣대로만 평가할 때 아이 재능은 빛을 잃는다.
중환이 부모는 다행히 수학공부를 시켜도 창의적 방식을 활용하고 거의 모든 면에서 자녀 의견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극우뇌형에게 학습지 공부는 '극약'.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할 때는 역할모델을 일찍 세우게 한 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기통제를 해야 한다고 일깨워주는 방식이 효과적.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형(상대적 좌뇌형)
좌뇌가 우뇌보다 우수한 편이나 우뇌 능력 역시 일정 수준 이상 발달한 유형. 극좌뇌형의 교육목표가 상대적 좌뇌형일 수 있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탐구능력이 뛰어난 상대적 좌뇌형은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 같은 과학자로서의 미래가 어울인다. 과학은 치밀한 논리력과 창의적 상상력이 곁들일 때 훌륭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
진원이(10·남·서울 광진구 구의동)는 상대적 좌뇌형이다. 부모는 평소 진원이에게 책을 많이 읽도록 지도하고 책을 읽은 뒤에는 그림독후감을 그리도록 해 우뇌적 성향을 잃지 않도록 이끌고 있다.
상대적 좌뇌형은 이처럼 논리성과 독창성이 조화를 이루면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선. 전체적인 사고능력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독보적 건축가 아우디형(상대적 우뇌형)
수민이(5·여·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는 부모의 적극적 지원 아래 온 집안을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것을 즐긴다. 검사 결과는 상대적 우뇌형. 우뇌가 좌뇌보다 우수한 편이나 좌뇌 역시 일정수준 이상 발달을 보이는 유형이다.
예술적인 감각을 구체적인 결과물로 연결짓는 능력이 뛰어난 상대적 우뇌형은 건축처럼 예술성과 응용성을 통합한 응용예술 분야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 우뇌형은 상대적 좌뇌형과 마찬가지로 자라면서 좌·우뇌의 능력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극우뇌형이나 극좌뇌형에 비해 성장할 가능성이 더 크다.
다만 상대적 우뇌형은 자라나면서 좌·우뇌의 잠재력 크기가 바뀌기도 한다. 상대적 좌뇌형도 마찬가지.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는 '예단'하지 말고 아이의 성장을 지켜봐야 한다.
△다재다능 다빈치형(균형발달형)
10명 중 한두 명에 불과한 균형발달형은 좌·우뇌 능력이 균형 잡히면서 양쪽 모두 발달한 유형.
규선이(10·남·서울 송파구 오금동)는 상위 1%에 드는 균형발달형의 특별한 아이.
규선이 엄마 박 모(36)씨에 따르면 규선이는 어릴 때부터 과학과 만들기에 관심이 많았다고. 이와 함께 규선이는 어릴 때부터 부모가 가족회의를 통해 가정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결정하면서 아이들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같이 책을 읽고 놀아주는 문화 속에서 자라왔다.
균형발달형 아이는 부모 입장에서 어느 한 적성이 뚜렷하지 않아 실망할 수도 있지만 자라면서 어느 유형보다 크게 성장한다. 수학 과학 의학 건축 예술 모든 분야에서 천재적인 업적을 남긴 다빈치와 같이 흥미를 느끼는 어느 분야에서건 독보적인 업적을 남길 수 있다.
정 대표는 "균형발달형 아이의 경우 논리성과 독창성을 조화시키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아 사외기자kapark050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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