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는 국정홍보처의 인터넷 사이트 국정브리핑에 대해 신문법상 인터넷신문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언론학자들은 권력에 대한 감시가 언론의 주요 기능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언론 활동을 겸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로 보고 있다. 특히 선거 기간에 공무원들이 인터넷을 통해 보도 활동을 하는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헌법 규정에도 위배될 여지가 있으며 관권 선거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위원장 박기순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23일 국정브리핑이 선거법상 선거보도 심의의 대상이 되는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무원의 언론 활동은 헌법 위반”=국정홍보처에 따르면 국정브리핑 직원들은 기자와 관리직을 합쳐 모두 18명이며 별정직 공무원 신분이다.
박선영 가톨릭대 법학부 교수는 “헌법상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선거기간에는 부동산 문제를 포함해 모든 것이 선거 이슈가 되기 때문에 단순한 사실 보도가 아니라 기획기사를 연재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는 매우 어렵다”고 우려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국정브리핑은 단순한 정당 기관지가 아니라 국가 기관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운영하는 신문이므로 더욱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선거법상 국정브리핑의 보도가 문제될 경우 이는 공무원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 기관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관권 선거’라는 중대한 사안이 된다”고 말했다.
선거 보도와는 별개로 정부가 직접 매체를 운영하는 것은 권위주의 시절에나 있을 법한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교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KBS와 같은 공영 매체는 있어도 정부가 언론을 직접 경영하는 사례는 없다”며 “정부가 언론을 직접 운영하면 여론을 왜곡하거나 호도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되면 민주주의의 생명은 끝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옥조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객원교수도 “언론자유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국가의 간섭으로부터의 자유이므로 언론이 제 기능을 하려면 국가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이 정부를 감시할 수 있나=국내 대학의 언론 관련학과에서 교재로 널리 쓰이는 번역서 ‘저널리즘의 기본요소’(한국언론재단)는 언론의 기본 원칙으로 △취재원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할 것 △권력의 독립된 감시자 역할을 할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 기자’들은 공무원 취재원으로부터 독립되기 어려워 감시자보다는 홍보원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언론홍보학부 교수는 “언론은 국민의 입장에서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정책이 바르게 집행되는지 감시해야 하는데 정부 소유의 매체는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와 정치 선전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관해서는 국정브리핑도 22일과 23일 잇따라 게재한 글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홍보매체‘로 규정했다.
또 “우리가 국정브리핑을 굳이 언론이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구시대적 언론 틀로는 도저히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여당이 주도한 신문법이 막상 스스로를 규제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자 ‘구시대적 언론 틀’이라고 매도한 셈이다.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판사는 판결문으로, 공무원은 정책으로,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며 “공무원들이 기자도 하고 칼럼도 쓰는 것이 과연 옳은지 스스로의 행동 기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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