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농담처럼 몸피 밖으로 쬐끔씩
밀어 내보낼 무렵 꽃필 무렵
살구나무가 건너다보고 있는
주문진 시내버스 정류장 앞
만덕 고물상에는
꽃 냄새가 고물로 마당 그득 쌓이는 중
사월 초순인데 어린 사내아이는 벌써
풋살구알이 매달린 아랫도리를
드러내놓고 마당의 고물 사이로
우그러진 세 발 자전거를
몰고 다닌다 그보다 굵은
두 알 세 알의 아이들이
시큼텁텁한 살구 냄새를 풍기며
뛰어 다닌다
젖이 크고 엉덩이가 둥근 여자가
쓸만한 물건처럼
폐물 어딘가에 숨어 있다
쪽문으로 걸어 나와 마당이 출렁이도록
분주하게 제 새끼들을 거둬 모아
숨은 보석처럼 다시 사라질 때까지
살구나무와 젖 큰 여자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낮마다 밤마다 눈마중해서
낳은 아이들이 꽃피우는
만덕씨네 고물상회
―시집 ‘밥이나 먹자, 꽃아’(천년의시작) 중에서》
고물상도 꽃 냄새가 고물로 쌓이고, 조무래기들 풋살구알이 흔들리고, 젖이 크고 엉덩이가 둥근 여자가 쓸 만한 물건처럼 출렁이는 고물상이라니, 살구나무와 젖 큰 여자가 눈마중해서 새순 같은 아이들을 빚어내는 고물상이라니, 최초의 고물상인 조물주도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이겠네. 새것은 본디 헌것에서 나오고, 헌것은 다시 새것에서 나오는 오묘한 이치가 큰 처음의 설계인즉, 우주 자체가 꽃피는 천년 고물상 아니던가. 모든 녹과 거름과 부스러기들조차 따스하고 푸짐하게 꽃피는 저 만덕 씨네 고물상 가보고 싶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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