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은 1989년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돼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무라카미 바람’을 일으킨 책. 유 씨는 대학 초년생 중 가장 감명 깊게 혹은 흥미 있게 읽은 문학책으로 ‘노르웨이의 숲’을 드는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다면서, 자신이 본 바로는 “성적으로 격리된 수용소 재소자들이 일상적으로 나눔직한 성의 얘기로 가득 차 있다”고 밝혔다. 유 씨는 이 작품 속에 “성적인 문제로 좌절이나 일탈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고 성적 호기심을 부추기는 성적인 얘기가 전경화되어 있고, 고교 3년 여학생의 자살을 위시해서 수수께끼 같은 자살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유 씨는 또 “소설의 화자가 대학생활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면서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를 읽는 등 등장인물들이 다소간 학교교육의 피해자 내지는 희생자란 함의를 풍기고 있다”며 “요컨대 감상적인 허무주의를 깔고 읽기 쉽게 씌어진, 성적 일탈자와 괴짜들의 교제 과정에서 드러나는 특이한 음담패설집”이라고 주장했다. 유 씨는 “불안한 청년기에 가벼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심약한 청년들에게 이 책은 마약과 같이 단기간의 안이한 위로를 제공해 줄 것”이라면서 “약삭빠른 글장수의 책이지 결코 예술가의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씨는 한편으로는 “작가가 이미 사회의 엘리트라는 자부심을 상실했거나 예술적 포부를 가질 수 없는 시대의 언어 상품”이라며 작품을 낳은 시대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무라카미가 거둔 상업적 성공을 비하하거나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 “다만 그의 문학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학의 이상에서 너무나 동떨어진 하급문학일 뿐”이라고 말했다.
유 씨는 2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상당수의 대학생이 문학적 위엄을 보여 주는 고전을 제쳐놓고 ‘노르웨이의 숲’을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해서, 곤혹스럽고 우려가 되어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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