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기록에서 이 화산의 폭발이 처음 언급된 것은 기원전 264년∼기원전 241년 로마와 카르타고의 포에니전쟁 기간 중. 그 뒤로 에트나 화산은 200여 차례 폭발했다. 역사상 가장 격렬하게 폭발한 것은 1669년 5월 25일. 약 8억3000만 m³에 이르는 용암이 흘러내려 단 18일 만에 능선지대에 있던 카타니아 지역 12개 마을이 황폐해졌고 무려 2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스 신화를 만든 고대 그리스인들은 에트나 화산 밑에 거대한 대장간이 있다고 믿었다. 대장간의 주인은 전쟁의 신 아레스의 무기부터 헤라클레스의 갑옷, 제우스의 천둥과 번개 등을 만든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 사람들은 그가 땅속 대장간에서 쇠를 내리칠 때마다 에트나의 분화구에서 폭음과 함께 불꽃이 튀어나온다고 생각했다.
1971년부터 10년에 한 번씩 꾸준히 불꽃을 뿜어 온 에트나는 2002년에도 폭발해 화산재가 북아프리카까지 날아갔고 공항과 도로가 차단됐다. 당시 화산 폭발로 170년 전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화산섬이 다시 솟아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언제 또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이지만 허연 수증기를 내뿜는 에트나 정상 아래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몇 안 되는 살아 있는 화산체를 체험하기 위해 매년 100만 명이 넘는 탐방객이 이곳을 찾고 있고, 세계적인 화산연구소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 현무암으로 둘러싸인 마을 길과 담장, 감귤과 오렌지 과수원이 있는 풍광은 제주도와 비슷하다고 한다.
지중해의 화산 에트나는 지난해 가을 서울 용산 국립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클래식 연주곡으로 한국인들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가수 겸 영화음악 작곡가인 정재형 씨가 작곡한 ‘에트나’는 남성 콰르텟 ‘MIK앙상블’에 의해 초연됐다. 정 씨는 2004년 크리스마스 때 여행한 에트나 화산에서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구름에 싸인 에트나의 절벽을 굽이굽이 돌아서 올라가는데 공포가 몰려오더라고요. 검은 화산재로 덮인 마을에 흰 눈이 내리니 기이한 애잔함도 느껴졌어요. 마치 무언가 절대적인 에너지가 ‘너희들은 이곳에 오지 마라’고 하는 것 같더군요.”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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