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코드’ 반대만 말고 기독교 신앙 성찰 기회로

  • 입력 2006년 5월 26일 02시 59분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와 결혼했고 아이를 두었다는 영화 내용 때문에 예수 신앙이 흔들리는 기독교인이라면 차라리 빨리 신앙을 포기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개신교 영성운동을 전개하며 역사적 예수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시도해 온 김진(43·사진) 목사가 영화 ‘다빈치 코드’의 관람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여느 교회나 기독교단체와는 달리 “이 영화에 다소간의 오류가 있긴 하지만 영화의 근본적 메시지를 받아들여 기독교 신앙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총신대와 한신대를 거쳐 독일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종교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목사는 2년 전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 근처 한 오피스빌딩에 영성수련장인 ‘예수도원(道園)’을 연 뒤 매주 성경묵상모임과 매달 1박 2일의 피정(避靜), 강좌 등을 진행해 왔다.

김 목사는 진보적인 기독교 웹사이트 ‘에쿠메니안’(www.ecumenian.com)에 올린 ‘막달라 마리아, 예수가 지닌 인간사랑의 상징’이란 글에서 이 영화의 메시지를 세 가지로 압축했다. 역사적으로 기독교가 저질러 온 억압과 폭력의 역사를 반성해야 한다는 것, 기독교인들이 믿는 예수 신앙의 내용과 그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냉철하게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것, 억압받고 고통 받는 약자나 주변부 민중을 사랑하는 예수를 따르는 집단과 예수를 독점하고 신격화하는 집단 간의 갈등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이 영화가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 두 측면이 기독교인의 삶에서 얼마나 창조적으로 결합되어야 하는지에 도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예수를 신앙의 대상으로 박제화되고 획일화된 모습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역사적 예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수의 삶과 말이 진리라면 기독교에만 한정될 수 없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를 기독교라는 종교에서 해방시켜야 기독교 또한 해방될 것입니다.”

김 목사는 이 같은 생각에서 ‘기독교 너머의 예수’를 주제로 29일부터 6월 26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예수도원(02-755-4187)에서 기념 강연을 마련한다. 불교 태고종의 법현(열린선원 원장) 스님이 ‘부처, 예수를 만나다’(29일), 천도교 이선영 선도사가 ‘한울님의 아들 예수’(6월 5일), 정순덕 무녀가 ‘어느 무녀의 예수 사랑 고백’(6월 12일),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알라의 선지자, 예수’(6월 19일)‘를 주제로 각각 강연한다. 마지막 일정인 6월 26일에는 김 목사가 ‘예수, 예수를 만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를 주제로 마무리 대화를 나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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