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한국의 젊은 부자’ 저자 박용석씨의 부자되기 노하우

  • 입력 2006년 5월 26일 03시 00분


최근 서울 강서구 발산동 메이필드호텔에서 만난 박용석 이사. 그는 “부자가 되려면 부자와 가까워져야 한다. 젊은 부자들은 패션에 상당한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최근 서울 강서구 발산동 메이필드호텔에서 만난 박용석 이사. 그는 “부자가 되려면 부자와 가까워져야 한다. 젊은 부자들은 패션에 상당한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인생의 목표가 부자는 아닙니다. 인생을 즐기기 위해 부자가 되려는 겁니다.”

서점가에 ‘부자 되기’ 관련 서적이 즐비한 가운데 ‘한국의 젊은 부자’(토네이도)가 눈에 띈다. 한국의 30, 40대 부자를 인터뷰한 이 책은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20위 이내에 머물며 7만여 부나 나갔다.

저자는 투자자문회사인 ‘S&P 글로벌 저팬’의 박용석(36) 이사. 젊은 부자 대열에 들어가는 그는 “연봉을 밝히긴 어려우나 대기업 직장인 연봉의 10배 정도를 1년 세금으로 낸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에서 백만장자는 전체 인구의 0.15%고, 백만장자 가족은 0.6%. 부동산, 주식, 벤처 열풍에 누구나 부자의 꿈을 꾸지만, 부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옛말대로 부자는 하늘에서 내리는 것일까.

박 이사는 “요즘 20, 30대는 부에 대한 관심이 많아 모르는 게 없다”며 “문제는 방법을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실행하고 결단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가 말하는 부자 되기를 들어봤다.

―돈 버는 ‘비법’을 상세하게 전하는 책이 많다. 그런데도 부자는 여전히 소수다. 책이 틀린 건가, 사람이 못 따라가는 것인가.

“일정 부분 둘 다 맞다. 그러나 그런 책 가운데 저자가 실제로 부자인 경우가 어느 정도나 되나. 돈을 버는 것은 전쟁이나 다름없다. 총 쏘는 법 몇 가지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라 수없이 전쟁을 치러 본 사람이 이긴다. 실제 승리한 사람의 책을 읽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쓴 책을 읽어라. 무릎을 칠 만한 비법은 없고 누구나 아는 소리라고 하지만, 자세나 마인드를 배울 수 있다. 나도 잭 웰치나 존 템플턴의 책을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박 이사의 책은 부자 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건가. 그런 노하우는 가르쳐 주기 싫은 게 아닌가.

“천기누설이라고 허풍 떨진 않겠다. 하지만 내가 인터뷰한 176명은 모두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게 아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부자가 됐다. 실제 부자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그걸 봐야 한다. 부자가 되는 법? 그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하루빨리 저축을 시작하고 돈에 대해 공부하라. 목돈을 만들어 가능성 있는 곳에 투자하라. ‘하루라도 빨리’ 먼저 시작한 사람이 부자가 된다. 방법을 몰라 부자가 못 되는 게 아니다.”

―미안하지만 그 말도 ‘뻔한’ 이야기로 들린다. 그 정도는 30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다 하지 않나.

“나 역시 미안하지만 기자도 부자가 되려면 멀었다.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이 바로 ‘하루라도 빨리’다. 목돈에만 집중했지 시간을 간과한다. 20대는 직장을 구하고 일하느라 정신없고 30대엔 내 집 마련에 정신없다. 40대가 돼서야 저축을 시작한다. 그러면 늦었다. 엄청난 저축을 하란 소리가 아니다. 10년 전 저축한 1000만 원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샀으면 지금 얼마일까. 저축은 수비고 투자는 공격이다. 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저축하고 이기려면 계속해서 투자하라. 스무 살의 1000만 원은 30대의 1억 원보다 훨씬 더 가치가 높다.”

―점점 복잡해진다. ‘어느 주식에 투자하면 좋다’ 등으로 쉽게 가르쳐 줄 순 없나.

“시간의 가치를 이해한다면, ‘저 회사 망하면 한국도 망한다’ 싶은 회사의 주식에 투자해라. 6개월이나 1년 단위는 생각하지도 마라. 10년 묻어 둘 배짱이 있어야 한다. 안정성은 부자의 수칙 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10차례 타석에 나가 3번 홈런 치고 나머지는 죄다 삼진당하는 것보다 타석마다 모두 출루하는 게 부자의 특성이다. 또 수익이 나올 만한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잘 몰라서’하고 머뭇거리는 이가 많은데, 사실은 주식보다 쉽다. 공부하면 된다. 그리고 이제 젊은 부자들은 한국에서 놀지 않는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외국에서 돈 벌어서 한국에서 쓴다. 멋지지 않나?”

―책을 보면 ‘라이벌을 제거하라’ ‘남의 것을 빼앗고 웃어라’부터 법망을 피하는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사람들은 공명정대한 인품을 가진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꿈 깨라. 내가 만난 부자들은 모두 친절하지만 돈 문제에 대해서는 ‘냉혈동물’로 변한다. 나도 현재 미혼이며 연애도 하지 않는다. 돈 버는 데 모든 것을 집중했다. 스스로 인생의 가치 기준을 생각해 보라.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부자가 되고 싶은가. 모든 것을 다 가질 순 없다. 난 도덕책보다 돈을 택했을 뿐이다. 난 경제적으로 좀 나을 뿐 다른 면에서도 우월한 사람이 아니다.”

―왠지 소름이 돋으면서도 서글프다. 그런데 당신은 행복해 보인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뤘고, 이뤄 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의 좋은 면은 경제적 자유를 획득했다는 점이다. 내가 젊은 부자에 집중했던 이유는 ‘젊을 때 열심히 일해서 노후를 편안하게’라는 모토가 싫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모아 젊었을 때 돈을 즐기고 싶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엄청나다. 물론 희생도 있었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돈은 사람을 당당하게 해 준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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