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사자(死者)의 서(書)’의 핵심적인 가르침이다. 8세기 티베트 불교의 대가 파드마삼바바가 지은 뒤 공개하지 않고 히말라야 동굴에 감추어 두었으나 훗날 추종자들이 찾아낸 경전이다. 티베트 사람들은 죽음의 순간에 이 내용을 한번 듣는 것만으로 생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30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신축 건물에서 재개관하는 화정박물관 1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오래된 ‘티베트 사자의 서’ 필사본과 만날 수 있다. 감청색으로 물들인 종이에 필사부분을 검정으로 칠한 뒤 내용을 쓴 것으로 티베트 사경의 일반적인 제작방식을 알 수 있다.
화정박물관은 한빛문화재단 한광호 명예이사장이 세운 아시아 미술 전문 박물관이다. 그가 40여 년간 수집해 온 2500여 점의 티베트 불교미술품과 많은 아시아의 명품을 소장하고 있다. 1999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문을 열었으나 전시 공간의 확충을 위해 2004년 공사에 들어가 이번에 다시 개관하는 것. 개관 기념으로 ‘아시아를 조응하는 눈’전을 마련하고 8월 30일까지 무료로 공개한다. 멀리 여행을 가지 않고도 티베트의 정신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1층 전시장에는 손바닥과 발바닥이 그려진 ‘소남 갸초: 달마이 라마 3세’와 눈물에서 탄생했다는 ‘녹색타라보살’ 등 티베트 불화인 ‘탕카’와 다양한 불교 유물이 전시된다. 특히 이곳의 탕카는 질과 양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힌다.
2층에 올라가면 한국 중국 일본의 회화와 공예품을 볼 수 있다. 한국실에는 이정의 ‘묵죽도’, 강세화의 ‘지락와도’, 고려시대 범종이 선보인다. 한빛문화재단이 낸 기부금으로 대영박물관이 구입한 ‘달항아리’도 한 달간 대여, 전시된다. 월요일 휴관. 02-2287-2994, www.hjmuseum.org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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