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삶도 보고 세상도 보고…곽효환 시집 ‘인디오 여인’

  • 입력 2006년 6월 1일 03시 05분


곽효환(39) 씨가 첫 시집 ‘인디오 여인’(민음사)을 냈다. 틈틈이 시를 쓰다가 4년 전 ‘시평’으로 등단한 곽 씨의 시 60여 편이 담겼다.

원로 평론가 유종호 씨는 “시인 곽효환은 눈과 귀를 활짝 열어놓고 주목하며, 특수 속에서 보편을 듣는 나그네”라고 평한다. 그의 시에 ‘길’ ‘가다’ ‘찾다’ 같은 시어가 유난히 많아서일 것이다. 실제로 시는 천수만에서 백두고원으로, 군옥수수를 파는 멕시코의 인디오 여인으로, 모스크바의 택시 운전사로 옮겨간다. 떠돎의 이유에 대해 시 ‘길을 잃다’가 답한다.

‘3월에 큰눈이 내린 후/황새 한 무리 길을 잃었다/검고 흰 날개를 펴고/철원평야를 건너 순담계곡을 배회하다/날개를 접었다… 나도 어딘가에 길을 잃고 버려지고 싶다/아득히 잊혀지고 싶다’

잊혀지고 싶다는 시구는, 거꾸로 잊혀지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다. 세상 곳곳을 타박타박 걸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시를 쓰면서 존재감을 나누고 싶은 것이다.

시인이 소망하는 바는 “서사와 서정이 조화되는 시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 시대와 사람들과 풍경의 사연을 시로 기록하면서, 따뜻한 정감을 불어넣고 싶다는 것이다. ‘천수만에서’는 그런 바람이 상당히 이뤄진 듯하다.

‘천수만 너머 저편에 군락을 이룬 억새들이/씨앗 뭉치를 입에 물고/바람을 따라 출렁이며… 둥지 잃은 텃새들이 드문드문 모여/이제 곧 가을이라고 가을이라고/다 잊어버리라고 모두 떨쳐버리라고’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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