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서영아]日 한반도문화재 반환 아직 갈길 멀다

  • 입력 2006년 6월 2일 03시 03분


일본 도쿄(東京)대의 박물관과 건축학, 고고학교실에는 약 400만 점의 자료가 보관돼 있다. 그 가운데 한반도의 미술공예품도 많지만 얼마나 되는지는 전문가들도 잘 모른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도쿄대에서 한반도 관련 자료를 빼내면 박물관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고 할 정도이니 한반도에서 건너간 자료들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근래 열린 몇 차례의 전시회를 통해 그 규모만 짐작할 수 있다.

1994년 도쿄대 종합연구박물관이 도쿄대 컬렉션 공개사업 첫 회로 연 ‘동아시아 형태세계(形態世界)’에서는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의 귀중한 유물이 전시됐다. 관련 도록도 발간됐다.

지난해 여름 박물관은 ‘세키노 다다시(關野貞·1867∼1935) 아시아 답사’ 특별전을 열어 한반도 고건축물의 기와나 고구려고분의 벽화를 전시했다. 역시 관련 책자도 냈다.

세키노는 도쿄제국대 공대 건축학과 교수로 1902년부터 1930년까지 22번이나 한반도를 오가며 고적조사를 진두지휘한 인물. 그가 모은 자료들은 대부분 도쿄대에 남아 있다. 우리 문화재청이 지난해 내놓은 광화문 현판의 옛 사진도 1916년 그가 찍은 것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에 문을 연 국립중앙박물관 발해실에는 도쿄대가 소장한 발해 유물이 2년 임대 계약으로 전시되고 있기도 하다.

도쿄대만이 아니다. 도쿄 우에노(上野)에 있는 도쿄 국립박물관에는 조선문화재 약 4000점이 소장돼 있고 이 중 약 200점은 3층 동양관에서 상설 전시 중이다.

도쿄대가 소장해 온 조선왕조실록 반환 결정을 계기로 국내에서는 해외 유출 문화재 환수운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 같다. 이런 가운데 3월 초 결성된 실록환수위원회가 서울대-도쿄대가 자신들을 배제했다고 반발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누가 보더라도 환수위의 공은 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에 도쿄대 측이 이들을 피한 데는 지난해 북관대첩비 반환 당시의 씁쓸한 기억이 작용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만하다. 비를 돌려줬건만 욕만 먹자 일본 내 여론이 상당히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가 돌려받아야 할 문화재는 많다. 가능한 한 빨리, 더 많은 문화재를 돌려받을 방도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 좀 더 적극적,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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