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의 ‘한국 역사 훔치기’ 구경만 할 건가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기 위한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는 2004년 8월 한중 외교차관 회담에서 중국 측이 ‘정부 차원에서 왜곡을 시도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일단 봉합된 상태다. 그러나 이후에도 중국이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 작업을 치밀하게 진행해 온 증거들이 드러나고 있다.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벌여 온 ‘한국 역사 훔치기’ 작업은 옌볜에 대형 조선족 문화단지를 조성하기로 한 사실, 윈펑 댐에서 발견된 고구려 고분군과 고구려 성터를 지난달 서둘러 수몰시킨 사실 등에서 드러났다. 조선족 문화단지는 조선족 역사가 중국사의 일부임을 선전해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이고, 고구려 고분을 수몰시킨 것은 동북공정에 불리한 유적을 덮어 버리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발해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시도는 아예 노골적이다. 중국은 발해의 옛 수도인 상경용천부(上京龍泉府) 유적을 복원해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할 계획이다. 고구려 유민들이 세운 발해를 ‘중국사’에 편입시켜 세계의 공인을 받겠다는 것은 고구려사에 이은 역사 침탈이다. 동북공정의 목표가 중국 영토에 걸친 우리 역사를 지우는 데 있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 이면의 정치적 목적이 특히 의심스럽다.

선조들의 위대한 역사가 실종될 위기가 닥쳤는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너무나 안이하다. 몇 년 전 국민 여론이 들끓자 고구려재단 하나를 만들어 놓은 게 고작이고 이번에도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나서 특별담화까지 발표했던 것과 차이가 크다. 정부는 중국 측의 역사왜곡 중단을 단호하게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