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고장 전라도 한가운데 광주 시내에서 2002년 퓨전 돈가스 식당을 연 뒤 다른 지역까지 소문이 나고 2호점을 연 주부 넷을 만났다.
‘제대로’ 일을 낸 이들은 광주 동구 학동의 퓨전식당 ‘데이지’의 공동사장인 ‘왕언니’ 이혜숙(53) 씨와 박정옥(46) 신나경(44) 김기선(44) 씨.
“주부독서모임을 통해 알던 사이였는데 매달 한 번씩 포틀럭 파티를 열었죠. 그때마다 신 씨가 해온 음식이 맛있어서 이 정도면 음식점을 해도 되겠다고 한 게 시작이었어요.”
이 씨는 “신 씨가 서울식 구절판을 자주 해왔는데 나물이며 김치며 밑반찬이 전라도 음식에 길들여져 있던 이곳 사람들에게 아주 신선했다”고 말했다.
신 씨와 김 씨는 서울이, 이 씨와 박 씨는 광주가 고향이다. 이들은 남편이 모두 대학교수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교수란 직업이 아내 입장에서는 불만이 많죠. 공부하는 기간은 길고 강사 거쳐 제대로 된 월급 받기까지 오래 걸리고…. 아이들 교육비 부담은 다른 집처럼 만만치 않죠.”
신 씨는 “그러나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더 컸던 것 같다”며 “주부로서 가장 잘하는 것이 뭔가 생각해보니 요리와 손님 접대여서 그런 장점을 살려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요리와 소스 개발을 맡고 있는 신 씨는 음식 솜씨가 빼어나다. 친정 식구들이 한때 한정식 집을 운영했고, 남편의 미국 유학생활 때 자신은 멕시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요리경험을 쌓았다.
일단 ‘저지르기’로 의기투합한 이들은 일인당 2500만 원씩 자금을 모았다.
김 씨는 꽃말이 ‘겸손한 아름다움’인 데이지를 상호로 제안했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은 누구나 편안하고 부담 없이 와서 즐거운 기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었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석달 간 서울과 경기 고양시 일산, 성남시 분당 등에서 예쁘고 맛있기로 이름난 식당을 ‘발이 부르트도록’ 순례하는 것이었다.
신 씨의 친척이 근무하던 한 특급호텔 주방에 자문을 해 메뉴도 구성했다. 한식 구절판과 돈가스를 접목한 퓨전 돈가스를 중심으로 우동 메밀 등 일식메뉴를 넣었고 멕시코음식인 토르티야도 우리 입맛에 맞도록 개량해 메뉴에 올렸다.
무엇보다 신경을 쓴 것은 인테리어. 접시며 조명이며 화분이며 ‘예쁜 것’에 목숨 걸었다.
네 명 모두 식당 문을 열고 3개월 동안 단 하루도 안 쉬고 일했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남도 음식과 차별화된 메뉴,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정성과 친절은 금방 위력을 발휘했다.
이들은 지금도 첫 달 수입을 손에 쥐었을 때의 감격이 생생하다.
“첫 달 수입을 담은 봉투를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대한민국의 어지간한 월급쟁이 못지않다고 격려를 해주더군요.”(김 씨)
첫 가게는 임차였지만 올해 초 문을 연 2호점은 광주시내 봉선동에 땅을 구입해 건물을 지었다. 인근 지역은 물론 서울 경기에서까지 가맹점 문의가 들어오지만 이들은 욕심 부리고 싶지 않다.
신 씨는 “돈 좀 번다고 살림에 소홀하다는 소리 듣기 싫어 첫 3개월 후에는 쉬는 날짜를 늘려 아이들과 집안을 더욱 열심히 챙겼다”며 “과욕을 부려 가정의 행복과 평화를 깨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박경아 사외기자 kapark0508@hotmail.com
■네 여자의 성공 비결은…
△둘보다 넷이 낫더라
주변 사람들은 처음 네 명이 함께 일을 벌인다고 했을 때 ‘둘도 힘들다’며 우려했다. 그러나 내가 잠시 빠져야 할 사정이 생길 때 버텨주는 동지가 많다는 것이 힘이었다.
△서로에게 애정을 가져라
서로 좋은 생각을 갖는 것이 함께 일하는 것도 순탄하게 만들었다.
△확실한 수익배분의 원칙을 정하라
멤버의 기여도에 따라, 일의 양에 따라 어떻게 수입을 분배할지 확실하게 정해 놓았다.
△근무 매뉴얼을 만들어라
근무시간이나 맡은 업무에 대해 세세한 규칙을 만들고 보완해 오다 보니 불만이 생기지 않았다.
△가족의 간섭을 배제하라
주위의 우려가 있었지만 누구의 남편도 식당 일에 관여해 본 일이 없다. 한번 가족이 사사롭게 관여하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흐려진다.
△집에서 안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안 샌다 모두 평소 집밖에 몰랐던 성실한 주부였다. 평소의 성실한 근성이 일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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