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1>令, 零, 領, 嶺

  • 입력 2006년 6월 2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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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令(령)’의 甲骨文(갑골문)은 ‘무릎을 꿇고 명령을 받는 모양’인데, 명령하는 사람의 입이 앉은 사람의 위에 있다. 그러므로 이 글자는 소리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상황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에 따라 ‘令’에는 ‘내려오다, 떨어지다’라는 속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속성이 ‘令’이 들어간 다른 한자의 의미를 결정한다. ‘零(령)’은 ‘雨(비 우)’와 ‘令’이 합쳐진 글자이다. 그러므로 ‘零’은 ‘비가 떨어지는 것’을 나타낸다. 이에 따라 ‘零’에는 ‘비가 오다, 떨어지다, 조용히 오는 비’라는 뜻이 생겨났다. ‘떨어지다’로부터 ‘영락하다’라는 뜻도 생겨났다. 사물이 완전히 떨어지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이에 따라 ‘零’에는 ‘수가 없음, 제로(zero)’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領(령)’은 ‘頁(머리 혈)’과 ‘令’이 합쳐진 글자이다. 이는 ‘머리를 떨어뜨리다’를 나타낸다. 머리를 떨어뜨리는 것은 목이다. 그러므로 ‘領’에는 ‘목’이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그런데 목은 신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므로 ‘가장 요긴한 곳’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이로부터 ‘우두머리’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大統領(대통령)’은 ‘크게 통치하는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嶺(령)’은 ‘山(산)’과 ‘領’이 합쳐진 글자이다. 그러므로 이 글자는 ‘산의 우두머리’ 혹은 ‘산의 목’을 나타낸다. 이에 따라 ‘嶺’에는 ‘재, 고개, 산봉우리, 뻗어 있는 산줄기’라는 뜻이 생겨났다. ‘齡(령)’은 ‘齒(이 치)’와 ‘令’이 합쳐진 글자이다. 이는 ‘이가 떨어져 내려온 것’을 나타낸다. 짐승은 대개 윗니가 먼저 나므로 이가 위에서 내려온 것으로 인식된다. 짐승의 나이는 대개 이빨의 수로 알아본다. 이에 따라 ‘齡’은 ‘나이, 연령’을 나타내게 되었다. ‘鈴(령)’은 ‘金(쇠 금)’과 ‘令’이 합쳐진 글자이다. 이는 ‘떨어져 내려온 쇠’를 나타낸다. 방울은 대개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있는 모양을 취한다. 이러한 이유로 ‘鈴’은 ‘방울’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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