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는 미칠 지경이다. 결혼 5년이 지나자 낡은 메리야스를 잠옷으로 입고 이도 제대로 안 닦는 아내 주윈한테 질려 버렸다. 어여쁜 애인 위츙과의 사랑의 열매를 맺으려면 방법은 이혼뿐이다!
이 책은 현재 중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쑤퉁(蘇童·43)의 대표작 모음이다. 쑤퉁은 소설 ‘처첩성군’이 장이머우 감독에 의해 ‘홍등’(1991년)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면서, 국내에도 일찌감치 이름이 알려졌다. 이 책에는 축첩제도의 현실을 생생하게 다룬 ‘처첩성군’을 비롯해 3편의 작품이 실렸다.
그는 현실에 대한 비판 정신을 세우면서도 정치성에서 벗어나 개인의 일상에 천착하는 소설가로 유명하다. 표제작 ‘이혼지침서’에서도 그런 주제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 위자료 줄다리기에, 처남들의 매질에, 아내의 자살 소동까지…. 이혼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이혼율 90%를 보장한다는 옛 스승의 저서 ‘이혼지침서’는 아직도 출판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현대인이란 얼마나 유약한 존재인지가 낱낱이 드러난다. 양보가 속한 회사는 양보를 조직의 부속물로만 여기고, 아내 주윈은 무너진 가정의 껍데기라도 쓰고 살려고 하며, 순수해 보였던 애인 위츙은…. 현실은 세속적이지만 이상의 힘은 그에 맞설 만큼 세지 않다는 것을 쑤퉁은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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