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의 관계가 온전한 개인의 관계이기를 바라는 것은 일종의 몽상이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이다. 모든 집단은 불온하고, 집단 속의 개인은 불구이기 때문이다.’
문화평론가인 저자가 영화를 소재로 삼아 쓴 문화 비평 등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패거리에 휩쓸리지 않는 개인을 옹호하는 시각이 일관되게 녹아 있다.
저자는 영화 ‘효자동 이발사’를 보면서도 개발 독재의 “열심히 일했다”와 386세대의 “열심히 싸웠다”에 밀려 “열심히 공부했다”고 목소리 내지 못했던 386 이후 세대의 조심스러운 정치적 발언에 주목한다. 사회에 팽배한 정치적 집단주의와 탈정치적 개인주의 대신, 저자는 차이를 인정하고 일상에서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잃지 않는 ‘정치적 개인’의 목소리를 그리워한다.
세상을 뜬 한 사람에게 바치는 글 ‘어떤 선의’에서는 서늘한 시선 뒤에 감추어진 저자의 속내가 드러난다. 맹금류처럼 상황과 감정의 핵심을 포착하는 문장을 구사하는 저자의 마음 안에도 실은 ‘둔중한 평화가 몸에 밴 코끼리’가 살고 있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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