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뿌리없는 나무…유승준,4년 만에 中무대서 가수 컴백

  • 입력 2006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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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앨범을 내고 4년 만에 가수 활동을 재개한 유승준. 지난달 31일 베이징에서 중국 데뷔 앨범 ‘승낙(Promise of Jun)’의 쇼케이스를 열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제공 TV one
중국에서 앨범을 내고 4년 만에 가수 활동을 재개한 유승준. 지난달 31일 베이징에서 중국 데뷔 앨범 ‘승낙(Promise of Jun)’의 쇼케이스를 열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제공 TV one
'댄스 가수 유승준'과 '재미교포 '스티브 유'. 두 이름의 갈림길은 그의 미국 시민권 취득에서 비롯됐다.

1997년 '가위'로 데뷔해, '나나나', '열정', '찾길 바래' 등의 히트곡을 내며 남성 댄스 가수의 대명사로 불렸던 유승준(30). 그러나 "꼭 군대에 가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미국시민권을 얻어 병역을 기피한 그는 2002년 2월 이래 한국 땅을 밟지 못하는 입국규제 대상자다.

그 날 이후 강한 카리스마의 댄스가수 유승준은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0여 년 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해 신혼 생활을 즐기는 재미교포 스티브 유가 됐다. 그의 '인생 2막'이 시작되는 듯 했다.

그러나 "끼는 속일 수 없었다"는 말과 함께 그는 4년 만에 댄스가수 유승준으로 돌아왔다. '스티브 유'가 아닌 '유승준'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선언한 그의 무대는 중국. 다음 주 중국 데뷔 앨범 '승낙(Promise of Jun)'을 발매하는 그는 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의 왕푸징(王府井) 호텔에서 100여개 중국 언론 매체를 초청해 쇼케이스도 가졌다.

한국의 인터넷공간에서는 그의 근황을 알리는 기사 밑에 여전히 수백 개의 비난 댓글이 달린다. 중국진출에 대해 "뒷문으로 한국에 재진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많다. 그와 한국 팬 간의 관계는 4년이 지났지만 진전이 없다.

쇼케이스를 위해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유승준을 지난달 30일 40여분 간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로서는 4년만의 한국 언론과의 접촉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의외로 밝았다. 중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과 '그 사건'을 애써 잊으려는 안간힘이 혼재돼 있는 듯했다.

-4년 만에 중국에서 (가수로) 컴백하는 심정이 어떤가?

"컴백이라. 하하하. 모든 게 낯설고 외롭다. 과거 한국에서 앨범을 냈을 때는 모든 게 정해져 있어서 그 길만 가면 됐는데 지금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두렵다."

- 이제 30대인데 예전의 강렬함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두렵진 않은가?

"무슨 소리. 난 아직 생일(12월 생)이 지나지 않아 29세다. 무대 위에서의 열정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여전하다."

-왜 중국으로 진출할 생각을 했나?

"중국 진출은 과거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할 때 중국에서 콘서트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중국의 앨범 제작자들이 계속 연락을 해왔고 한국에서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한국과 비슷한 중국을 택했다."

그는 중국 진출을 결심한 후 1년 만에 데뷔 앨범을 만들었다. 한국 출신의 신인 작곡가들과 함께 제작한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 곡 '톈다디다(天大地大)'를 비롯한 3곡의 신곡과 '찾길 바래', '열정' 같은 과거 히트곡 7곡 등 10곡이 포함됐다. 그는 "내 자랑 같지만 중국어 공부 5개월 만에 웬만한 의사소통엔 지장이 없다"며 웃었다.

그는 한국을 완전히 잊은 것인가? 그 물음에 그는 "궁극적인 꿈은 한국 땅을 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나는 뿌리가 없는 나무와 같다. 난 한국을 내 조국, 내 어머니의 나라라고 생각한다. 내가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아무도 날 미국인으로 보지 않는다. 나는 월드컵 경기를 볼 때도 늘 한국을 응원한다."

-그렇다면 한국 내 비난여론을 바꿀만한 대안이 있나?

"지금은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난 법적으로 한국 입국이 불가능하다. 국내활동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국 진출이 결국 국내 진출을 위한 것 아니냐'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다만 중국 활동을 통해 국위를 선양한다는 생각으로 한국 분들이 절 좀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한다."

-그렇게 한국이 좋으면 한국 국적을 다시 취득하거나 군대를 가면 되지 않나?

"그건… (한참 생각한 후) 노코멘트 하겠다."

-(미국 시민권 취득) 결정을 후회해본 적은 없나?

"(잠시 생각한 뒤) 노코멘트 하겠다. 다만 내 자신이 실패자이거나 고난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지금 날 누르고 있는 부정적인 의견들보다 더 큰 파괴력으로 이겨내지 않는다면 내 인생은 끝날 것이라는 생각에 늘 긍정적으로 생각해왔다."

그는 4년 간 미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한국 음악을 꾸준히 접해왔다고 했다. 가장 많이 접한 가수는 단연 비와 세븐. 2002년 그가 떠난 후 남성 댄스 가수 계보를 이은 두 후배들을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안 그래도 중국에서 비, 세븐과 나를 많이 비교한다. 내 생각에는 비가 있다면 난 '구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존재하기 전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가 존재했듯 지금의 한류 문화도 든든한 선배가 있었기에 후배들이 열심히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과거엔 내가 잘나서 인기 가수가 됐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인터넷에 뜨는 기사는 보나?

"지금은 본다. 처음 2년간은 컴퓨터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은 그나마 절 지지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용기가 생긴다."

-한국, 한국인들이 원망스럽나?

"어떻게 한국을 원망할 수 있겠나. 나를 질타해주는 분들은 나를 믿고 사랑해주셨기 때문에 그만큼 실망이 컸으리라 생각한다. 그 분들도 내가 진짜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아직도 난 한국 사람이다. 내 궁극적인 꿈은 한국에 다시 돌아가는 거다."

한국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싶어하지만 한국 활동을 위한 '결단'은 내릴 생각이 없는 유승준. 그의 소원대로 한국 땅을 밟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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