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72년 세계환경회의 첫 개최

  • 입력 2006년 6월 5일 03시 00분


과학자들은 그의 나이가 46억 세 정도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는 태양계의 행성(行星) 가운데 하나다. 태양으로부터 세 번째 궤도를 돌고 달을 위성(衛星)으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우주에서 확인된 고등생물이 살고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바로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다.

지구가 요즘 많이 아프다. 전쟁과 산업화의 여파로 곳곳이 상처투성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였던 1945년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20만여 명을 살해했다. 그 여파로 정신병에 시달리거나 기형아를 출산하기도 했다.

자동차가 뿜어내는 매연은 지구를 숨차게 했다. 1952년 12월 영국 런던에 스모그 현상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면서 호흡장애와 만성폐질환 등으로 1만2000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지구는 솔직했다. 인간이 쏟아낸 폐기물을 말없이 되돌려줬다. 마치 징벌이라도 하는 것처럼. 어류와 삼림에 피해를 주는 산성비가 내렸고 공장에서 배출된 유해물질에 오염된 물고기를 먹은 인간은 공해병에 걸렸다.

인간도 나름대로 지구를 아끼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인 레이철 카슨(1907∼1964)은 1962년 자신의 저서 ‘침묵의 봄’에서 유독성 화학물질로 사라지는 수많은 생명의 문제를 제기했다.

1971년에는 해양생태계 보호와 지구온난화 방지를 외치는 ‘그린피스’가 창설됐다.

이듬해 6월 5일 작은 결실이 맺어졌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하나뿐인 지구’를 주제로 한 세계 최초의 환경회의가 열렸다. 제27차 유엔총회에서 이날을 ‘세계환경의 날’로 정해 매년 정부와 환경단체가 환경보전행사를 열고 있다.

환경문제에 무관심했던 한국은 1996년에야 환경의 날을 받아들였다. 개발과 보전의 중간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지구를 계속 갉아먹고 있다.

여전히 몰래 폐수를 흘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다리가 2개뿐인 소가 태어난다. 중국에서는 연례행사처럼 불청객 ‘황사’가 찾아온다. 지구를 아프게 한 죄의 대가를 치르는 셈이다.

44년 전 카슨이 ‘침묵의 봄’에서 경고한 환경 파괴의 위험성은 지금도 유효하다.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이런 상황에 놀란 마을 사람들은 자취를 감춘 새에 대해 이야기했다. 새들이 모이를 먹던 뒷마당은 버림받은 듯 쓸쓸했다.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온 것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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